아들 A(사망 당시 7세)군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부모는 21일 열린 현장검증에서 주민들의 탄식 속에도 시종일관 범행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오전 9시 15분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 일부를 유기한 부천 시민회관에서 시작된 현장검증은 부모가 시신을 훼손한 장소인 부천 전 주거지와 시신 일부를 들고 이사한 인천의 현 주거지 등 4곳을 돌며 오전 11시 35분께에야 끝났다.
오전 9시 25분께 두번째 현장검증 장소인 경기도 부천의 전 주거지에 도착한 아버지 B(34)씨와 어머니 C(34)씨는 고개를 푹 수그린 채 호송차에서 내렸다.
둘다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수갑을 찬 모습이었다.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곳이자 시신을 훼손한 장소인 다세대빌라 계단을 이들 부모는 천천히 올랐다.
‘냉동실’과 ‘냉장실’이라는 글씨가 적힌 종이박스로 만든 냉장고도 집안으로 운반됐다. 이들 부모는 숨진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집 안 냉장고의 냉동실에 보관했다.
칼바람이 불어 스산한 날씨 속에 인면수심(人面獸心) 부모의 얼굴을 보려는 동네 주민들은 현장검증을 시작하기 전부터 몰려들었다.
한 주민은 “우리 아이도 그 또래인데 같이 놀았을 수도 있겠네. 이 근처가 바로 놀이터인데…”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주민은 “내가 이 동네에서 28년 동안 살았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친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B씨 부부는 집 안에서 범행 장면을 따로따로 재연했다.
약 1시간 25분간 이어진 두번째 현장검증에서 부모 중 누구도 눈물을 흘리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롭게 현장검증을 진행했다”며 “둘다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A군이 사망하기 전날인 2012년 11월 7일 아들을 폭행한 사실을, C씨는 컴퓨터 책상 앞에 엎드려 숨진 A군을 발견한 사실 등 범행 전반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시신을 훼손하고 성인 남성 키만한 종이박스로 재현한 냉장고에 시신을 넣는 장면도 재연했다.
현장검증을 마치고 먼저 나온 B씨는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시신을 훼손할 때 죄책감이 없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침묵을 유지했다. C씨도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날 현장마다 자식을 유기한 부모의 얼굴을 보려는 주민들이 몰려들어 붐볐다.
B씨가 범행이 발각될까봐 시신을 옮겼던 인천의 지인 집에서는 계란을 던지려는 주민들과 경찰 사이에 실랑이가 벌이지기도 했다.
“자식을 죽이고 밥이 넘어가느냐”, “그런 짓을 저질러놓고 부끄러운 줄 아느냐. 얼굴 좀 보여줘라”는 등 주민들의 고성이 좁은 골목을 울렸다.
원미경찰서는 아버지 B씨를 폭행치사, 사체 손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어머니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B씨는 2012년 11월 7일 부천에 있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A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머리를 차는 등 2시간 동안 폭행해 다음 날 숨지게 한 혐의
B씨는 아들이 숨지자 집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아내와 함께 이를 부천 공중화장실과 자택 냉장고 등에 나눠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을 22일 검찰에 송치하기 전 아버지 B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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