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7세 여고생에 “취직 자리 알아봐준다”며 성관계를 가진 40대 남성에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 김영학)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양이 김씨를 ‘오빠’라고 부른다는 점, 성관계 다음 날에도 함께 차를 타고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었고, A양이 학원을 계속 다닌 점 등이 일반 성폭행 피해자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 A양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김씨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진 것인지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4년 4월 당시 17세이던 A양은 방과 후 다니던 간호학원의 행정원장 김모(43)씨로부터 수업이 끝나면 실습실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청소를 마친 A양에게 김씨는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먹자고 했다.
야간에 실습실에 둘만 남게 되자 김씨는 A양에게 “나랑 사귀면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곳에 취직시켜 줄텐데”라고 했다. 그러더니 “내가 남자친구가 돼 줄까.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다. 첫날을 기념해야 한다”고 하며 옷을 벗었다. 이에 겁 먹은 A양은 김씨와 성관계를 가졌다. 김씨는 학원을 마치고 나오는 A양을 차에 태워 주차장으로 간 뒤 성관계를 두 차례 더 가졌다.
A양은 이 사실을 지인인 사회복지사에게 알렸다. 검찰은 이 사건을 취직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해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고 김씨를 기소했다.
일각에서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17세 미성년자와 40대의 성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정아 변호사(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 상임이사)는 “법원이 피해자가 성 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청소년이란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성관계 이후의 행동으로만 판단했다. 하지만 성관계 이후의 일들을 부각시키는 건 위험하다”며 “청소년 피해자들은 피해상황이 일어난 이후 부
아울러 “법원이 앞으로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를 판단할 때, 청소년의 입장에서 법의 적용 범위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정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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