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집주인 함 모씨(여·당시 86세)를 목졸라 살해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페인트공 정 모씨(61)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2004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함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다세대주택에 세 들어 살았다. 정씨는 지난해 2월 함씨의 입을 틀어 막고, 미리 준비한 휴대전화 충전선으로 함씨 손을 묶은 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평소에 지병으로 앓던 당뇨에 좋은 식품을 구하려고 함씨 집을 방문했고, 대화 도중 함씨가 자신을 밀어 넘어뜨려 기절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현장을 나오면서 “제3자가 함씨와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며 제3의 인물이 함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살해 동기가 없고, 범행에 사용된 휴대전화 충전선 등은 본인 소유가 아니라고도 했다.
법원은 1심부터 정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정씨가 사건 당일 입었던 옷에서 함씨의 혈흔과 함께 두 사람의 DNA가 혼합된 형태로 검출됐다는 등의 이유로 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1심이 그대로 인정돼
다만 정씨의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정씨는 정기적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도박 등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함씨에게도 금전적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독촉에 시달린 점은 확인됐지만 함씨 살해 동기로 인정되지 않았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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