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렸는데, 건강검진 결과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면, 그래서 치료할 시기를 조금이라도 놓쳤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런데 국가건강보험을 관리한다는 건강보험공단이 이런 엉터리 검진기관에 대해 이렇다 할 사후조치도 취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조경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난해 1월 집 근처 국가지정 검진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던 45살 이 모 씨.
당시 유방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지만 검진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불안했던 이 씨는 나흘 뒤 대형병원을 찾아갔고,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아 결국 오른쪽 유방 전체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이 씨는 건강보험공단에 처음 검사를 받았던 검진기관을 수차례 신고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건강검진 피해자
- "건강보험공단에다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해당 검진기관에서 전화가 갈 텐데 저희로서는 제재할 게 없는데… 자기로서는 제재할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 씨를 더 화나게 만든 건, 올해도 국가건강검진을 받으라며 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낸 검진표였습니다.
가장 첫 번째 줄에 문제의 검진기관이 버젓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가나다순으로 나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오해하기 쉬운 상황입니다.
▶ 인터뷰 :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 "수검자 우편번호 전과 후를 최대한 지면에 실을 수 있는 만큼 싣는 거죠. 특수기호 우선이고, 알파벳, 가나다순입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검진기관 평가도 3년에 한 번꼴에 불과한데다, 이조차도 홈페이지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현실, 잘못된 검진에 대한 더욱 철저한 사후관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MBN뉴스 조경진입니다.[nice20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