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부룬디, 수감자 2천명 석방·반정부 세력과 대화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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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사진=연합뉴스 |
내전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부룬디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부룬디 정부로부터 수감자 2천명 석방과 유혈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습니다.
23일(현지시간) AP와 AF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은 부룬디 방문 이틀째인 이날 피에르 은쿠룬지자 부룬디 대통령과 여야 주요 인사, 정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난 뒤 이같이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부룬디 정부가 최근 유혈사태 과정에서 구금한 2천명을 석방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는 선의의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매우 고무적인 조치"라고 반겼습니다.
반 총장은 또한 정부와 반정부 세력 등 "모든 당사자가 포괄적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으며, 은쿠룬지자 대통령도 이에 참여하겠다고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도 반 총장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 연설을 통해 반대 세력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한 이웃 국가 르완다가 부룬디 반군을 지원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반 총장에게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부룬디에서는 지난해 4월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하며 3선 도전을 강행하고 반대 시위를 무력 진압함에 따라 폭력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4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약 24만명이 르완다 등 국외로 피신했습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대선에 당선됐으나, 정부-반정부 진영 사이에 계속된 유혈 사태로 1993∼2006년 부룬디를 휩쓴 내전이 다시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주요 반정부 조직인 '아루샤 평화협상 존중과 민주주의 재건을 위한 국민연대'(CNARED)는 그러나 은쿠룬지자 대통령이 밝힌 '포괄적 대화 합의'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발했습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 퇴진을 목표로 무장투쟁에 나선 CNARED는 대통령의 발언이 "거짓"이라면서 "대통령은 대화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직후 일부 세력을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비난하는 등 입장을 뒤집었다"고 비난했습니다.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화 요구에도 CNARED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번 반 총장 방문 이후에도 은쿠룬지자 대통령은 포괄적 대화 상대에서 "나라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를 하는 자들"은 제외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반기문 총장은 이날 부룬디에서 일정을 마치고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으로 이동해 르완다와 인접한 북키부 주(州) 고마 인근의 난민촌을 방문해 어린 시절 한국전쟁 경험을 언급했습니다.
반 총장은 "이런 난민촌을 찾게 되면 6세 때인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그 시절 유엔은 희망의 횃불과도 같았다. 유엔은 우리를 지켜주고 지원했으며 교과서와 물, 위생용품, 음식을 가져다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 전 세계 난민 수는 6천만명에 이르며 이는 한국전쟁이 끝난 뒤 최대
민주콩고에서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무장세력과 종족 간의 유혈 충돌이 20년 넘게 이어져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모두 160만명이 난민이 돼 떠돌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