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과정 내에서 실제 제품을 설계하고 제작하여 평가를 직접 해 볼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습니다. 도전하고 싶은 목표를 설정해 달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수업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깨달음과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주대학교는 신학기부터 ‘파란학기’라는 이름의 새로운 학사 제도를 시작한다. 파란(破卵)학기란 알을 깬다는 의미로 학생들이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직접 선택한 후 수업을 설계해 한 학기동안 실천하면 정규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교육 과정이다. 학생들은 발명, 취업·창업, 인문·예술, 사회봉사 등 어떤 분야라도 도전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는 총 39개 팀에서 118명의 학생이 각자의 목표 달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 중 한 명인 기계공학과 4학년 심기선 씨(23)는 파란학기를 통해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평소 교내 자동차학회에서 소형 차량을 만들어 온 심씨는 학기 중에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 심씨는 “방학 때 자동차 제작에만 매달려도 겨우 완성을 할 수 있을만큼 시간을 많이 뺏기는 일”이라면서 “학기 중에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같다”고 말했다. 심씨는 함께 자동차를 만들어온 9명의 학우들과 팀을 만들어 배기량이 600cc에 달하는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 이는 올해 9월 일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 최대 대학생 자작(自作) 자동차 경주대회인 ‘전일본학생포뮬러(Fomula)대회’에서 규정한 최고 사양의 차량 규격이다.
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배기량을 비롯해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과 제작 경비, 향후 상품으로서의 가치 등을 프레젠테이션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자동차 제작 과정을 학생 스스로 진행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일반적인 경주용 차량처럼 ‘빨리 달리는 차’를 만들었다고 승리하는 대회가 아닌 것이다.
까다로운 대회 조건에 소요되는 자동차 제작 비용은 팀 전체에 지원되는 장학금 약 1000만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심씨는 “대회 심사 요소에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았는지 여부가 포함된다”면서 “학교가 가진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자동차 업계에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아 최대한의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일부 주변 사람들은 이런 심씨의 열정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취업 준비에 다 쏟아도 모자랄 시간을 허비한다며 다그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심씨는 “외국에서는 (파란학기와) 유사한 과정을 밟은 학생들이 회사에서 성장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들었다”며 “파란학기가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자율성과 책임감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심씨는 “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도전이기에 더욱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첫 도전자인 만큼 뜻깊은 성과로 다음 도전
파란학기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지난해 2월 아주대 총장으로 부임한 김동연 총장의 혁신 조치 중 하나다. 김 총장은 “파란학기를 통해 학생들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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