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보급담당 간부로 일하며 군납 계약을 원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투자 사기 등을 벌여 10억여원을 가로챈 예비역 육군 소령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범죄로 끌어모은 돈은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가 한 푼도 남김없이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군부대 납품 및 공사계약을 해주겠다며 계약 보증금 등 명목으로 총 4명에게 10억2100만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상 사기 등)로 김 모씨(46)를 지난 3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월 29일 육군 2군 지원사령부 지원통제과장으로 근무하던 피의자 김씨는 식자재 납품업자 김모씨(54)에게 총 2억원을 뜯어냈다. 군납 닭고기 납품 대행을 맡은 축협에 투자하면 매년 투자금의 60~65%를 주겠다는 명목이었다. 피의자 김씨는 축협 조합장 도장을 몰래 만들어 ‘육계 투자 지급보증서’ 등 공문서까지 직접 위조해 피해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국군정보사령부 보급대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2월 13일에는 전기공사업체를 운영하는 피해자 김모씨(46)를 속여 계약보증금 및 접대비 명목으로 1억9600만원을 편취했다. 피의자 김씨는 자신이 ‘국가정보원 서울팀장이며 정보사령부에 파견 나와 있다’며 피해자에게 정보사령부 전기공사 하청을 따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속이고 돈을 받았다. 그해 10월 23일에는 음료수 가공·판매업체 전무인 피해자 김 모씨(43)에게 공개입찰로 진행해야 하는 군납 납품업체 선정을 일대일 계약인 수의계약으로 체결해주겠다고 속여 3억1000만원을 받아냈다. 그밖에 지인들끼리 만든 친목계 한 회원에게 ‘집을 사려고 하니 돈을 빌려달라’며 3억1500만원을 빌리기도 했다. 피의자 김씨는 빌린 돈을 모두 자신의 주식 투자금으로 썼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김씨는 2009년부터 제1·2금융권에서 대출까지 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모두 탕진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일시불로 미리 받은 자신의 퇴직금 1억6000만원과 그동안 모은 돈, 대출금 등 총 3억원과 사기 피해금 10억여원 등 총 13억여원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가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김씨가 주식 거래 창구로 이용한 증권회사도 조사했지만 거래 과정에 특이점이 없었다”며 “일부 생활비를 제외한 피해금액 모두 증권계좌로 들어갔으며 일반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돈을 모두 잃었다”고 설명했
피의자 김씨는 지난해 계급정년(소령 기준 45세)으로 전역했고, 군 당국은 김씨의 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첩보를 입수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검거했다. 그는 한 군납 희망업체의 영업 담당 간부로 취업했지만 아직까지 실적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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