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돌아보면 굴곡이 많았고 교육의 한 길로만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잘 나갈 때 교만했습니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네 꿈을 펼쳐라’란 좌우명처럼 현재도, 앞으로도 제 인생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밑줄 쫙, 동그라미 땡~’이란 유행어로 잘 알려진 원조 스타강사 서한샘 전 한샘학원 이사장(73)은 학원가에 돌아와있었다. 2011년말부터 6년째 공무원시험 국어강의를 하고 있는 서 전 이사장은 현재 학원가 최고령 강사지만 강사로 첫 발을 내딛었던 30대 중반의 모습 그대로 열정적이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여정이 시작된, 결국 그가 가장 잘하기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현장인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서 전 이사장은 1980~1990년대 대입 스타강사 삼두마차(국어 서한샘·영어 송성문·수학 홍성대)중 막내이다. 대입 강의가 아닌 공무원 시험으로 분야를 달리해 복귀한 이유를 묻자 그는 “수능강의는 지금의 나에게 맞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며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에게는 공직관이나 국가관 등 내가 말해줄 수 있는게 있고 보람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공무원시험을 단지 취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다는 공무원 관(가치관)을 바로 세우면 면접도 걱정할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서 전 이사장은 현재 공무원학원인 공단기 노량진에서 주 3회(회당 4시간)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수강생은 고등학교 졸업생부터 50대까지 다양한데 특히 장년층과 장수생이 많은 편”이라며 “1980년대 한샘학원에서 대입 강의를 들었던 50대 수강생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보니 점수가 잘 안나와 따로 개인지도를 해주기도 했더니 2014년말에 시험에 합격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사범대(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후 10년간 교사생활을 하다 1978년 학원가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입 종합반 강의 후 1980년 3월에 처음 대입 단과강의를 시작하며 대입 예비고사 책을 냈는데 당시 전두환 정권에서 본고사와 과외금지 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며 졸지에 내가 쓴 예비고사 책만 남게 됐다”며 “학원에서 유명해지고 참고서가 히트치며 학원(현 비타에듀)과 출판사도 설립했다”고 말했다. 과외금지가 위헌 판결을 받자 정부는 1989년 4월 KBS 3TV(현 EBS)를 통해 TV과외를 공개적으로 시작하고 서 전 이사장은 또 한번 기회를 잡는다. 그는 “TV과외에 교사 자격증이 있는 학원 선생님도 출연시키고 실제 강의현장처럼 칠판에 쓰면서 가르치도록 하자고 정부에 의견을 냈고 내가 제일 먼저 TV방송에 출연했다”고 기억했다. 이같은 모습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교육 행정가(서울시 교육위원·1991~1999년), 사업가(케이블 교육방송 다솜방송 전 이사장·1993~1998년), 정치인(15대 국회의원·1996~2000년)으로 다양한 삶을 살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방송사와 출판사 등이 부도가 나며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재기를 노리며 시작한 출판사업도 여의치 않았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인천시 민·관합작 인터넷교육방송도 난관에 부딪쳤다.
서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냉정한 결론을 냈다. 그는 “하늘이 내가 잘 나갈 때 좀 더 바르지 못하고, 교만했던 것에 대해 벌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존경하는 사람인 홍성대 전주 상산고 이사장처럼 일생을 바쳐 교육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도) 많았는데 이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서 전 이사장은 “아직도 내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며 “나이 등 한계가 있어 불꽃이 강렬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여전히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며 사는 ‘홍익인간’의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소수 상위층 위주의 교육방법이 저소득층에게도 제도적으로 확립될 수 있도록 남은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춘의 치열하면서도 고달픈 현장인 학원가로 돌아온 서 전 이사장은 그들에 대한 당부도 잊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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