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업체에 지난 2014년 정규직으로 입사한 A씨는 입사 첫 해 월급으로 208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B씨는 월 급여로 약 190만원을 받았다. A씨와 B씨의 급여차이는 월 2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뒤에는 어떻게 될까. A씨와 같은 정규직 근로자들은 호봉 승급 등을 통해 2014년 기준으로 매월 770만원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비정규직 B씨는 2년 근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호봉상승분이 없어 사실상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상승률인 1%씩 오른다 해도 30년 후 B씨의 월임금은 256만원에 불과하다. 입사 첫 해 20만원이었던 두 사람의 임금 격차는 30년 후 500만원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임금격차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도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2013년 OECD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별 비교’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 3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로 회원국 평균인 5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동성이 낮아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역시 계속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통계에 따르면 2011년 166만원이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차는 지난해 189만원으로 벌어졌다.
같은 정규직이라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간에도 넘지못할 벽이 형성돼 있다. 고용정보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청년패널로 본 청년 고용현황 및 변화 추이’조사에 따르면 사회 진출의 첫 발을 중소기업 입사로 시작한 경우 4년 후 대기업으로 이직한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노동시장에 이처럼 이중구조가 고착화되는 배경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협상력 차이와 정규직들의 연공서열형태 임금체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이 깨져야 한다”며 “운이 좋아서, 또는 젊었을 때 한 때 공부 잘해서 계속 기득권을 누리는 구조를 깨지 않고는 이중구조의 해결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비단 우리사회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노동부 근로기준분과 종신행정관인 데이비드 와일이 지난 2014년 발표한 책 ‘균열 일터(The Fissured Workplace)’는 이같은 이중구조의 고착화를 일터의 균열로 설명하며 지난 30년간 미국의 일터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깊게 벌어지는 바위틈처럼 균열을 겪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산업재해다. 고용노동부가 9일 발표한 ‘2015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산재 사망사고 중 73.5%가 50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메틸알코올 중독사고처럼 분업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위험한 업무는 협력업체로 넘어가고 상대적으로 안전 관리 역량이 떨어지는 영세 협력업체 혹은 파견업체 근로자들이 사고 피해자가 되는 ‘위험의 외주화’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산업안전의 책임 주체는 사용 사업주에 있기 때문에 사고에 대해 엄격히 조치하고 있으나 일반 근로자들과 단기 근무하는 파견근로자들 사이에 위험 노출 빈도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며 “사외 협력업체들의 안전관리에 대해선 현재 법률적으로 원청 의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원청업체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지만
금 교수는 “결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어떤 개인에게 비합리적인 이유로 영원히 2등국민으로 살도록 강제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회 계층간 이동성이 약화되면 사회 갈등도 더욱 커지게 되고 이는 건전한 민주사회 유지와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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