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과 서울역을 잇는 공항철도가 오는 23일 개통 9주년을 맞지만, 각 역사에 마련된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주차전쟁이 일상화되고 있다. 11개 역 가운데 6개역에서 환승이 가능해 출·퇴근족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역사별 일평균 이용객은 최소 5000명에서 최대 7만명에 달한다. 김포공항역 7만1379명, 홍대입구역 5만1658명, 서울역 5만553명, 검암역 3만536명, 인천공항역 2만8747명, 청라국제도시역 9218명 등이다. 반면 주차장 규모는 서울역 120면, 디지털미디어시티 97면, 계양역 257면, 검암역 195면, 청라국제도시역 222면 등에 불과해 이미 수용능력을 초과했다.
하루 3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검암역 주차장은 면적 대비 이용률이 120%를 넘어섰고, 인천지하철을 연결하는 계양역 주차장은 100% 수준이다. 다른 역 주차장들도 위탁사업자가 시간권과 정기권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수요를 조절하고 있지만 워낙 주차면수가 적어 이용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26일 새롭게 개통할 영종역 주차장도 176면에 불과해 영종하늘도시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퇴근족 월 정기권 확보는 갈수록 ‘하늘의 별따기’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사해 3개월째 김포공항역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손모씨(51)는 “청라국제도시역 정기주차권을 받으려 했으나 ‘지금 자리가 없으니 3개월 후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예비접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예비자도 많다며 접수를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청라역까지 버스 노선이 많지 않아 청라신도시를 뺑뺑도는 버스를 타고 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역 이용객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공공 시설인 주차면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역 주변 나대지를 이용해 주차편의를 높이고 그 전까지는 출·퇴근족을 고려해 월정액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인천공항이 운영하는 화물청사역 주차장은 아예 일반인 이용을 금지해 비판을 사고 있다. 주차면을 105면에서 304면으로 확대했지만 이용 자격을 공항 상주 직원으로 한정해 역 주변 주민에게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역 주변 공터는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공항은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의 주차타워가 완공되면 전체적으로 주차 시스템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8월 완공 뒤에도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한 영종 주민은 “이러한 배려가 진정한 지역사회공헌활동”이라면서 인천공항의
공항철도는 “증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공항철도가 민자사업이다 보니 관계기관·지자체 협의 절차가 필요해 당장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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