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닌,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단이아빠’ 이지형(38)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또렷했다.
시즌송 ‘봄의 기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인 그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팬들에겐 ‘홍대 원빈’으로 통하지만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보면 어느덧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이 땅의 평범한 아빠다.
올해 다섯 살 된 그의 아들 이단 군은 서울 마포구 소재 참나무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이곳은 ‘공동육아’를 모토로 한 자연주의 어린이집이다. 엄마들 사이에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몇 년새 입학 경쟁이 꽤나 치열해졌다.
처음엔 집에서 가까운 놀이학교에 아이를 보냈지만 “아이를 더 놀게 해주고 싶어서” 새로운 대안을 찾던 그는 우연히 공동육아를 접하게 됐고, 지난해 가을부터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어떤 인지교육도 없이 그저 ‘아침 먹고 뒷산(새터산)에서 놀고, 점심 먹고 낮잠 자고 또 산에서 노는’ 빡센(?) 일과에도 단이의 만족도는 120% 높아졌단다.
이 어린이집을 택하고 달라진 건 아이 뿐만이 아니었다. 아빠엄마의 ‘공동체’ 생활도 함께 시작됐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부모가 조합원으로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놀이학교 시절엔 아이를 등원시킨 뒤 진행되는 커리큘럼을 100% 원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모든 과정에 부모가 존재한다. 아이를 위해 어떤 식단을 짜는지 어디에 놀러가는지는 물론, 어린이집 정관 및 규칙까지 부모가 교사와 함께 정한다.
등·하원은 기본, 어린이집 청소부터 운영 전반까지 부모가 관여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소모임도 많다. 그는 “커피나 마실까 하고 모이는 게 아니라, 부모 전원이 각종 소모임에서 각각의 책무를 갖기 때문에 일차적으론 공적인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을 택한 이유에 대해 이지형은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조합원 생활, 공동체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가 아닌, 그저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을 먹이고 뛰어놀게 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공동육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극성이다’ ‘얼마나 잘 키우려고’ 등의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런 차원은 아니고요, 아이들을 불필요한 교육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어느 날 갑자기 가까워지는 일은 제아무리 넉살 좋은 사람이라도 적잖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개인작업 위주로 생활해 온 그 역시 처음부터 이러한 공동체 분위기가 자연스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엄마아빠들과의 모임이 “의외로 재미있다”며 싱글거렸다.
아이의 만족도도 높지만, 아빠 이지형 역시 공동육아에 대한 높은 호응을 보였다.
“예전 우리 어렸을 땐 골목문화라는 게 있었잖아요.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엄마아빠는 일터에 나가 계셨고, 다섯 살부터 친형을 따라 매일 골목에 나가곤 했는데 나가보면 아이들이 열댓 명씩 나와 있었죠. 하루는 이집 가서 놀고 다른 날은 저집 가서 놀고, 부모님이 늦으시는 날이면 이친구네 집에서 봐주신다고 하고. 그게 우리 성장 과정의 중요한 자양분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공동육아에 그와 비슷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엄마아빠가 바쁜 가정이 있으면 ‘누구네 애는 같이 하원시킬테니까 끝나고 우리집으로 데리러 와요’ 하는 식으로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니까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내 아이를 키우는 마음으로’ 당신의 아이를 키워주고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언어로’ 당신의 아이들에게도 정성을 다해 안아주는 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7세반 아이들이 4세반 아이들과 손잡고 산에 가서 함께 노는 등 연령별 통합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점도 이색적이다. 그는 “교사들도 알려주지만 형, 누나들이 이런저런 것들을 더 많이 알려준다”며 “요즘 세상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그게 멋있고 감동적이더라”고 말했다.
오후에 산에 다녀온 날이면 흙투성이가 돼 하원하는 게 일상이다. “처음엔 애를 산에서 굴렸나 하고 놀랐다”는 이지형도 실제로 아이들이 산에서 구르며 노는 모습을 본 뒤론 생각이 바뀌었다고. “진짜 산에서 구르는데 애들은 그걸 너무 재미있어하는 거예요. 또 흙투성이가 되는 과정에 엄마아빠도 참여할 수 있죠.”
그는 직접 참여를 통해 “교사들의 가치관과 아이들이 하려 했던 행동들에 대해 이해가 되면서”부터 자연친화적인 공동육아의 재미에 더 흠뻑 빠지게 됐다..
일부 엄마들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정도에 그치는 보통의 어린이집과 달리,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선 아빠들도 엄마들과 똑같다. 아빠들끼리의 번개 모임도 종종 이루어지는데 주로 나누는 이야기는 역시나 ‘아이들’ 얘기다. 밥 먹이는 방법부터 양치질 잘 시키는 법, 놀이법, 나들이 장소 등에 대한 소소한 정보를 공유한다.
“다들 각자 일이 바쁜데도 육아 정보도 굉장하고요. 대부분 정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 더 많죠. 특히 온라인 육아카페에 공유되는 것들 중엔 불필요하거나 부모들의 육아관을 흔드는 정보가 많은데
[디지털뉴스국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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