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色 제주 |
봄 전령사라 불리는 노란 개나리와 유채꽃, 희고 분홍빛을 수줍게 머금은 벚꽃, 정열의 붉은 빛을 내뿜는 동백꽃, 대지의 움트는 기운을 받은 새파란 녹찻잎까지 그 자태가 싱그럽다.
임무를 다해가는 주황 귤껍질이 며느리보다는 딸에게 쐐 주고 싶은 엄마표 햇살에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도 이채롭다.
제주의 봄은 이렇게 영글어간다.
이 극강의 봄꽃 판타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5색(色) 제주. 망설이면 지나간다. 더 늦기 전에 제주행 티켓을 끊으시라.
◆ 서귀포 표선 녹산로
가시리. 이름마저도 예쁜 곳. 하지만 가는 길은 더 예쁘다. 녹산로가 그 주인공.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의 위엄이 있는 이 길. 그도 그럴 것이 봄에 이곳에 가면 얼굴이 발그레한 새색시의 볼 색깔을 닮은 벚꽃과 노란 유채꽃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유채꽃과 벚꽃을 같이 감상하기에 최적의 구간은 정석항공관에서 가시리까지 이어지는 7km. 도로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쭉 뻗은 길도 있고, 구불구불 휘어지는 길도 있지만 어느 곳에서 봐도 지금 이 시기는 아름다움의 절정만이 반긴다.
더구나 편도 1차선, 왕복 2차선의 좁은 길. 모 카드사 광고 코스프레하듯 창문을 열어 팔을 내밀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중간 중간 잠시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도 있는 만큼 꽃과 어우러져보는 것도 좋다.
◆ 서귀포 성산 신천목장
달고 새콤한 귤 알맹이를 먹고 난 후 남겨진 건 껍질. 이 껍질을 대부분 쓰레기통에 버리지만 제주에서는 다르다. 특히 이곳 서귀포 성산의 신천목장에 가면 넘실거리는 짙푸른 바다에 버금가는 주홍빛 물결이 펼쳐진다.
올레길 3코스와 이어지는 이곳에는 6만t 가량의 감귤껍질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마치 가을에 고추 말리듯 봄햇살과 해풍을 맞으며 머금었던 물기를 날려버린다. 감귤 특유의 향긋한 내음이 코를 간질이는 것은 덤.
워낙 온 천지가 주홍빛이라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곳마다 화사함이 묻어난다.
◆ 서귀포 신흥2리 동백마을
피었다 지기를 3번 반복한다는 동백. 그래서 더 붉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아니 더 애틋하게도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꽃을 피울 때 발화한 꽃망울은 더 없이 강렬하다. 바로 지금 3월말에서 4월초가 그 짜릿함을 맛볼 수 있는 적기다.
서귀포 남원읍 신흥 2리에는 동백마을에 가면 절정의 동백꽃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마을이 생긴지 300년이 넘은 이곳은 마을 탄생을 동백나무와 함께 해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한 감귤농장 근처에 자리한 동백터널은 백미 중의 백미. 바람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잎을 즈려 밟는 기분은 마치 시상식의 레드카펫과도 충분히 견줄 만큼 특별하고 또 로맨틱하다.
◆ 서귀포 안덕 오설록 티뮤지엄
참빗같다. 밭고랑 사이를 두고 녹차가 자라는 모습이 딱 닮았다. 사시사철 푸르름이 넘쳐나는 곳이라 한결같다. 그래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을 때, 허한 기운을 태동하는 에너지로 충전하고 싶을 때 이곳을 찾으면 제격이다.
서귀포 안덕의 오설록 티뮤지엄. 우리나라 녹차 생산의 20% 이상을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실제로 이곳 녹차밭을 보고 있으면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특히 요즘 같이 만물이 움트는 시기라면 더욱 남다르다. 그냥 녹색 녹차밭을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샘솟는 기분이다. 여기에 주변 풍광이 힘을 보탠다. 아직 눈이 녹지 않아 희끗희끗한 한라산의 설경이 짙푸른 녹차잎과 대비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제주시 연동 한라수목원
제주의 벚꽃 명소하면 항상 손에 꼽히는 곳이 있다. 제주대학교를 필두로, 제주시내 방향의 전농로,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리는 제주종합경기장, 제주시 보건소 앞쪽의 연삼로 등이 대표적이다. 서귀포 쪽의 중문단지 입구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은 인산인해라는 것. 사람 반, 벚꽃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제주시 연동의 한라수목원은 어쩌면 틈새를 파고들어
입구부터 벚꽃 터널 느낌의 오랜 수령의 나무들이 마치 눈발을 날리듯 벚꽃잎을 흩뿌리며 환영한다. 내부는 수목원답게 더욱 그럴싸하다. 다양한 나무와 꽃들 사이로 연분홍 벚꽃잎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글·사진 = 디지털뉴스국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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