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기둥에 푸르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는 강한 생명력과 희망찬 미래를 상징한다. 우리는 매년 식목일 나무처럼 쑥쑥 성장할 미래를 그리며 묘목을 심곤 한다.
역대 대통령들 역시 나라의 평안과 발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식목일 나무를 심었다.
‘대통령의 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들은 대통령의 성품뿐만 아니라 중점을 두고 있는 국정 방향, 정책까지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 박정희 대통령 ‘은행나무’
‘장엄, 장수’이라는 꽃말을 가진 은행나무. 고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 최초로 국립수목원에 14년생 은행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수명이 매우 길며 재래종의 경우 수령 25∼30년부터 결실이 되는 장기수다. 당대에 심으면 손자 대에 열매를 본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라고도 부른다. 즉 그 후대를 위해 심는 나무인 셈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일제의 수탈과 6·25 전쟁으로 황폐화했던 국토가 울창한 숲으로 바뀌고, 후대의 경제 번영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은행나무를 심었다. 은행나무와 함께 광릉숲 1.5㏊에 전나무와 잣나무를 조림하며 “우리나라의 황폐한 산지를 하루빨리 복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 전두환 대통령 ‘독일가문비’
전두환 대통령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독일가문비’를 심었다. 전 대통령은 1980년 11월 첫째 토요일로 지정된 육림의 날에 30년생 독일가문비(소나무과)를 식수했다.
검푸른 색의 독일가문비는 30~50m까지 자라는 거대한 상록교목이다. 잎은 암록색으로 광택이 나며 약간 구부러져서 난다. 자주색을 띠는 꽃도 6월에 개화한다.
전 대통령이 심은 독일가문비는 높이가 10m에 달해 크레인이 동원됐으며 뿌리를 얕게 내리는 특성이 있어 대형 칸막이를 치고 세심히 관리하는 등 수목원 직원들이 긴장했다는 일화가 있다.
◆ 노태우 대통령 ‘분비나무’
분비나무의 꽃말은 ‘고결함’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식목일에 20년생 분비나무(소나무과)를 심었다.
분비나무는 청초하면서 단정한 느낌을 주지만 대기오염에 약한 것이 단점이다. 산중턱이나 산 정상에 무리지어 자라는 상록침엽교목이다. 이념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분비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식목일에는 국토녹화에 힘쓴 국민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국토녹화기념탑을 세우면서 30년생 무궁화 한 그루를 심기도 했다.
◆ 김영삼 대통령 ‘반송’
고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식목일에 27년생 반송 한그루를 심었다. 반송의 꽃말은 ‘선비의 지조’다.
반송은 독일가문비와 분비나무처럼 위로 뻗지 않고 줄기 밑동에서 굵은 가지가 10∼30 갈래로 퍼져 나와 우산 모양을 한다. 나무를 좋아한 김 대통령처럼 반송은 소나무가 자라는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전역에 분포한다.
3년 뒤인 1997년에는 5년생 전나무와 잣나무를 기념식수하기도 했다. 잣나무는 심재부(줄기가 생성된 지 오래돼 매우 단단해진 속 부분)가 담홍색으로 아름다워 ‘홍송’이라고도 부르며 예부터 귀하게 여겼다.
◆ 김대중 대통령 ‘금강송’
고 김대중 대통령은 2002년 유엔(UN)이 정한 ‘세계 산의 해’를 맞아 강원도 평창에서 17년생 금강소나무(금강송)를 심었다. 국민의 마음을 담은 ‘산림헌장’을 새긴 비석을 함께 제막하기도 했다.
사시사철 푸른빛을 자랑하는 금강송은 단단하고 잘 썩지도 않아 예부터 사찰이나 궁궐을 만드는 데 많이 쓰였다. 평화와 화합을 강조했던 김 대통령의 염원이 금강송에 그대로 녹아있다.
금강송과 함께 기념 조림된 상수리나무도 잘 자라 현재 평창엔 금강송과 상수리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숲이 있다.
◆ 노무현 대통령 ‘주목(朱木)’
고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를 9개월가량 앞둔 2007년 5월 권양숙 여사와 함께 28년 된 주목 한그루를 심었다. 주목의 꽃말은 ‘고상함’이다.
노 대통령 역시 평소 나무와 산림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산림과 임업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전문가 수준으로 알려져 식목일과 관계없이 국립수목원을 방문해 주목을 심었다.
수목원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수목원을 돌아보며 어릴 때 고향에서 봤던 야생화와 보리수 열매, 고시공부 할 때 대나무숲 주변에서 본 병꽃나무 등 주변의 소박한 풀과 나물 등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고 전했다.
◆ 이명박 대통령 ‘금빛노을’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식목일 황금색 주목을 식수했다. 다소 생소한 품종인 금빛노을은 2009년 6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 ‘금빛노을’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신품종이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주목의 모습과 평소 이 대통령이 강조한 ‘경제 성장’이 잘 어우러지는 듯하다. 금빛노을은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한 고부가가치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 박근혜 대통령 ‘구상나무’
구상나무의 꽃말은 씩씩한 기상과 굳은 절개를 의미하는 ‘기개’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식목일 특산신물인 30년생 구상나무(소나무과)를 심었다.
구상나무는 잎의 끝이 둥글고 가운데가 살짝 파여 있으며 열매가 다른 소나무과와 달리 위로
열매 중 검푸른 색상은 정열과 힘이 용솟음치는 기상을 상징해 기념식수로, 또 잎이 부드러워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도 인기 있는 수종이다.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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