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주한 탕수육 앞에 마음이 설렌다. 노릇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돼지고기와 새콤달콤한 소스 한 대접을 보니 그 바삭한 식감과 진득한 소스 맛이 전해져 오는 것 같다.
젓가락을 들고 탕수육 한 점을 집어 소스에 ‘찍어’ 먹으려는 순간. 맞은편에 앉은 친구가 그릇을 들어 소스를 탕수육에 쏟아버린다.
아차, 잊고 있었다. 친구는 ‘찍먹파(찍어 먹는 파)’가 아닌 ‘부먹파(부어 먹는 파)’였던 것.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소스를 탕수육 위에 부어버리는 것은 뜨거운 주방 열기를 견디며 바삭한 탕수육을 조리한 주방장님, 아니 탕수육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부먹파’ 친구의 지론은 이렇다. 자고로 탕수육이란 소스와 어우러져 그 촉촉함을 입었을 때 맛이 절정에 이른다는 것. 이처럼 음식을 먹는 ‘취향’에도 사람들 간 차이가 있다.
◆ 다 비빌 것인가
하이라이스, 카레 등을 먹을 때는 ‘비비는 정도’에 관한 논란이 일곤 한다. 소스를 전부 밥에 비벼 먹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조금씩 비벼가며 먹는 이들도 있다. 소스를 전부 비벼 놓고 먹는 이들은 다 비벼 놓고 먹어야 편하고 밥과 소스가 어우러진다고 말한다. 카레를 먹으며 소스를 비비는 이들은 미리 소스를 비벼 놓으면 밥알이 소스를 먹어 시간이 지날수록 소스의 양이 줄어들어 싱거운 맛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 넣을 것인가
설렁탕에 깍두기 국물이 무슨 말이냐며 놀라는 이들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에겐 설렁탕과 깍두기 국물은 당연한 조합이다.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는 이들은 ‘깍두기 국물을 한 번도 넣어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넣어먹은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경양식 수프도 후추를 넣어 먹는 사람, 넣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 반숙인가 완숙인가
라면이나 비빔밥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달걀. 이 달걀을 어느 정도 조리하는가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노른자 고유의 고소한 맛을 느껴야 한다는 이들은 반숙을 외치고, 노른자를 익히지 않으면 비린내가 난다며 완숙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 마무리로 뭘 선택할까
메인요리를 다 먹었다고 해서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는 그 순간까지도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물냉면VS비빔냉면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은 뒤 시원한 마무리를 위해 냉면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때 물냉면을 고를 것인지, 비빔냉면을 고를 것인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고기기름이 입안에 맴도는 텁텁한 맛을 없애고 싶다는 사람은 물냉면의 동치미 국물을 선호하고, 비빔냉면의 매운 맛으로 고기의 느끼함을 잡고 싶다는 이들은 비빔냉면을 주문한다.
▶면VS볶음밥
닭갈비, 제육볶음 등을 먹고 나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남은 재료들과 소스에 사리를 볶아 먹을 것. 이 때 라면사리, 우동사리, 쫄면사리와 같은 면을 선택할 것인지, 볶음밥을 볶아 먹을지에 대한 논란이 일곤 한다. 특히 테이블 당 한 종류만 선택할 수 있다는 사리의 경우 선택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라면과 밥을 반반씩 볶아주는 식당도 등장했다.
◆ 소스의 문제
같은 음식이지만 어디에 찍어먹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회: 간장VS초장
회를 간장에 찍어 먹을 것인가, 초장에 찍어 먹을 것인가. 회를 간장에 찍어 먹는 사람들은 초장의 매콤한 맛에 회 고유의 맛이 가려진다고 주장한다. 초장에 찍어 먹는 이들의 경우 간장에 찍어 먹으면 텁텁하고 심심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감자: 설탕VS소금
휴게소 음식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찐 감자. 휴게소 찐 감자를 먹을 때 설탕에 찍어 먹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소금에 찍어 먹는 이들도 있다.
▶순대: 소금VS쌈장
예전에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을 여행하던 중 분식집에 갔는데 당황했다’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었다. 바로 분식집에 ‘쌈장’이 없었다는 것. 서울에선 대부분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지만, 부산에선 대부분 쌈장에 순대를 찍어먹는다. 일부 지역에선 된장과 초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한다고 한다.
◆ 어디부터 먹을 것인가
▶붕어빵
‘붕어빵 먹는 방법으로 알아보는 심리테스트’가 있을 정도로 사람마다 먹는 순서와 방식이 다양한 붕어빵. 머리부터 먹는 사람, 꼬리부터 먹는 사람, 옆구리부터 먹는 사람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붕어빵 안의 속을 아껴두었다 먹는 사람들은 꼬리부터 공략하고, 맛있는 부분부터 먼저 먹겠다는 이들은 옆구리부터 먹는다.
▶김밥, 피자
김밥 역시 ‘꽁다리’라고 불리는 끝부분부터 먹
[디지털뉴스국 김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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