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중 은행에 위탁 운영하는 전세자금 대출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개월새 부산에서만 전세자금 부정대출 사건으로 인한 피해금액이 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6일 위조 서류로 주택 전세자금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사기)로 양모 씨(36)를 구속하고 심모 씨(59)와 명의를 빌려준 일명 ‘대출 바지’와 집주인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 등은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유령회사를 만들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을 모집한 뒤 재직증명서 등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해 금융기관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5차례에 걸쳐 모두 4억3500만원의 전세자금을 부정 대출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전에 집주인과 임차인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은행으로부터 불법 대출받은 전세자금을 나눠 가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이들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제도의 형식적인 서류 심사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 심사과정에서 대부분의 은행이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를 형식적으로 확인하고 집주인을 찾아가는 실물조사를 거의 하지 않는 등 자격심사에 허점이 많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런 허점을 악용한 전세자금 부정대출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들과 같은 수법으로 총 11개 은행에서 31억3000만원의 전세자금을 부정 대출받은 61명을 검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서민 전세자금 25억여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수억원을 챙긴 사기조직이 검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 중에는 대출받은 전세금으로 마약을 구입해 투약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대출사기가 가능했던 것은 은행의 대출심사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서민전세자금 대출제도는 시중은행에서 서민에게 임대차 보증금의 70∼80%를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로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무담보로
은행으로서는 대출금에 문제가 생겨도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기 때문에 형식적인 심사만 하고 대출을 하는 도덕적 해이가 생기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전세자금 부정대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금융기관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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