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영국계 컨설팅사 평가를 인용해 검찰이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대 실험보고서에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그러나 최근 관련 민사소송에서는 피해자 유족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옥시레킷벤키저가 서울대·호서대 실험 보고서와 함께 증거로 제출한 영국계 다국적 컨설팅업체 ‘그래디언트(Gradient)’사 보고서에 대한 진위 검증을 마쳤다. 검찰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옥시 측이 서울대와 호서대에 각각 의뢰해 진행한 실험조건과 결과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디언트사는 영국 캠브릿지에 본사를 두고, 독성학·제품 안전·리스크 관리 분야에 특화돼 있는 환경 및 건강 전문 컨설팅업체다. 검찰은 영국계 다국적 기업인 옥시 측이 본국 컨설팅사의 힘을 빌려 정부 질병관리본부보다 현저히 느슨한 실험환경을 설정한 데 정당성을 부여하고, 실험의 공신력을 높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옥시 측이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맡긴 실험이 ‘유해성이 없다’는 결론을 짜맞추기 위해 살균제 주성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의 농도, 제품 사용량, 밀폐 정도, 환기 여부 등 실험조건을 유리하게 설정했다는 의혹을 갖고 이달 중순부터 업체 임직원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대 보고서는 최장 13주 동안 동물들을 PHMG에 노출시킨 결과, 동물들이 사망하지 않았고 폐 섬유화 등의 증상도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실험은 2011년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의 시중 유통이 전면 중단된 뒤 옥시 측이 제공해준 제품으로 진행됐다.
옥시 측은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동시에 피해자들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조정을 진행 중이다. 대학 실험결과와 그래디언트 보고서를 근거로 ‘살균제와 폐 손상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대표 이재후)를 통해 검찰 수사와 형사소송이 더 진행되기 전에 민사소송을 종결짓기 위해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바른(대표 문성우)이 원고측 50명을 대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 3건에서는 최근 3개월새 피해자 유족 총 27명이 옥시 측으로부터 건당 수억원대 합의금을 받고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 15일 10명, 3월 9일 13명, 4월 1일 4명의 피해자 유족들이 합의금을 받고 소를 취하했고, 지난 1일 남은 피해자들도 추가로 법원에 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검찰 수사와 형사처벌 이후에는 협상력이 약화돼 합의에 많은 돈이 들거나 훨씬 어려워질 것을 염려해 서두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옥시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2~4년간 장기계류 중인 소송으로 지칠대로 지친 피해자 부모나 배우자 등을 상대로 빠르게 합의를 유도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한편 검찰은 옥시 측이 자체적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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