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의 영국 본사가 피해자들의 민원을 보고받고 묵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옥시의 인사담당 직원들을 소환해 살균제 피해 민원이 한국 법인 상급자들에게 보고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영국 본사 관계자들에게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책임이 있는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영국 본사에서 파견된 임원들이 한국법인 경영에 본격 관여하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살균제로 인한 피해 민원들을 보고받았는지를 중점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옥시싹싹 New 가습기 당번’ 제품을 사용하고 “호흡기나 기관지가 이상하다”거나 “가슴이 답답하다”며 후유증을 호소하는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영국 본사에서 폐 손상과 관련된 민원들을 보고받고도 이를 모른 채 하고 제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당시 책임자였던 외국인 전·현직 경영진에도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2일엔 옥시 제품이 ‘안전하다’는 인증표시를 했던 담당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할 계획이다. 아울러 옥시 연구·개발진도 조만간 소환해 2001년 PHMG 인산염을 주성분으로 한 살균제가 개발될 당시 유해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살균제 사망사건 경과를 보면 옥시 살균제를 쓴 사람들이 호흡곤란 등의 질환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지만, 보건 당국이 제품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수거 명령을 내린 것은 2011년 11월이다. 그리고 피해 사례가 속출했던 2005년 6월부터 2010년 5월까지 옥시 한국법인 대표이사를 지냈던 미국인 리존칭 씨나, 2010년 5월부터 대표를 역임한 인도 국적의 거라브제인 씨는 모두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에서 파견된 경영진이다.
검찰은 영국 본사로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 손해배상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법인에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져 배상금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은 최근 영국 본사를 상대로 현지 법원에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검찰은 또 영국 경영 수사에 대비해 독일 연방대법원 판례도 참고하고 있다. 1980년부터 ‘피혁 스프레이’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고열·구역질·폐수종 등을 호소한 사건에서 피해 민원을 접수해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한편 이날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존에 조성한 50억원의 피해자 지원기금 외 50억원을 추가 출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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