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장학금 30만원으로는 큰 효과가 없죠. 부모님이 용돈으로 주셔서 친구들과 술 마시는 데 썼어요.” (대학생 S모씨·국가장학금 1유형·소득 7분위)
“장학금을 받긴 했지만 액수도 미미해서 그 돈으로 핸드폰을 바꿨습니다.” (대학생 K모씨·국가장학금 2유형·소득 8분위)
형편이 어렵지 않은 대학생들에게까지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정책을 두고 대학가에서 효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 3분위(월소득 373만원)까지 지급하던 것을 지난 대선 당시 8분위(737만~893만원)까지 수혜범위를 넓히면서 정책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게 교수사회는 물론 수혜 학생들의 의견이다.
저소득층에 ‘선택과 집중’ 하는 과거 방식으로 정책을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커지면서 교육당국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012년 신설된 국가장학금 제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집행 첫 해에는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3분위까지로 장학금 수혜범위가 제한됐으나 2013년부터는 비교적 소득이 많은 소득 8분위까지 대폭 확대했다.
이는 2012년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값 등록금’ 관련 공약을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 들어 공약 이행을 위해 소득8분위까지 확대하는 제도 개편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확대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대학가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소득 7분위인 대학생 S씨 사례처럼 비교적 형편이 나은 소득계층에 수 십만원이 지급되는 장학금이 사실상 ‘눈 먼 용돈’처럼 낭비되고 있다는 게 캠퍼스 현장의 목소리다.
반대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득 1~2분위(월소득 268만 원 이하) 학생이 받는 장학금 수준은 여전히 일반 사립대 평균 등록금에 비해 턱없이 낮아 대선 공약이 결과적으로 현장의 정책 효율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국가장학금 운영을 주관하는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7~8분위 학생들에게 학기당 33만원 씩 지급된 국가장학금의 총액은 2027억 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해 기초생활수급 학생들에게 지급된 2275억 원과 맞먹는 수치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소득 1~2분위의 ‘등록금 경감률’은 현 국가장학금 시스템 하에서 여전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발간한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일반 사립대의 한 해 등록금은 평균 734만원이었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 및 소득 1~2분위가 받은 국가장학금은 1인당 ‘480만 원’에 머물러 등록금 경감률이 65%에 불과했다. 여기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감당해야하는 생활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제 경감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학 실무자들의 지적이다.
한 해 평균등록금이 418만원 수준인 국립대의 경우엔 저소득층의 등록금 경감률이 100%를 넘지만 국내 전체 대학생의 77%를 차지하는 160만 명이 사립대 재학생이라는 점에서 국가장학금의 저소득층 지원 효과는 여전히 회의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한 사립대 교수는 “소득 7~8분위까지 지급되는 장학금 재원은 그간 현장에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며 “차라리 여기에 투입되는 재원을 저소득 분위 재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신중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학기당 약 33만 원선을 지급하는 7~8분위 국가장학금이 고소득층 학생들에게 일종의 ‘포상금’처럼 쓰이면서 장학금으로써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7~8분위 국가장학금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본래 취지와 거리가 먼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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