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란 자신의 아이만 아는 몰지각한 엄마를, ‘한남충’은 가부장적이고 여성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한국 남성을 각각 뜻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단어에 벌레라는 의미인 충(蟲)을 붙여 대상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신조어다.
30일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전문기업 다음소프트가 2011년 1월1일부터 2016년 5월26일까지 블로그 약 7억여건과 트위터 약 92억여건을 분석한 결과, ‘○○충’이란 신조어가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언어에 사용자의 의식이 투영되는 만큼, 이 같은 신조어의 확산은 한국 사회에 그만큼 혐오감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우리 사회가 앓는 병으로 규정하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신조어의 시작은 일명 ‘일베충’에서 시작됐다.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회원을 일컫는 이 단어는 일베 회원들에 대한 비하가 담겨있다. 일베충은 2011년 하반기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총 85만7750회가 언급됐다. 올해만 벌써 15만회를 넘겼다. 그만큼 일베의 존재에 반감을 갖는 이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남자’와 ‘벌레’가 합쳐진 신조어 ‘한남충’도 같은 기간 24만796회나 등장했다. 한남충이란 단어 자체는 2015년 8월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올해는 일베충을 뛰어넘어 18만951회나 입에 오르내렸다. 이는 ‘김치녀’·‘된장녀’·‘김여사’ 등 온라인에서 벌어진 여성 비하에 대한 여성들의 집단 반발이란 해석이다.
물론 ‘○○녀’도 ‘맘충’·‘메갈충’ 등 또 다른 여성비하 단어로 변주됐다. ‘맘충’(몰지각한 엄마)이란 신조어는 2015년 4만8508회, 올해는 최근까지 2만1425회 인터넷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때 새로 생긴 여성주의 사이트 ‘메갈리아’ 이용자를 일컫는 ‘메갈충’도 총 6700회 언급됐다.
더욱 심각한 건, 비단 남녀 혐오뿐 아니라 일상에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에 나가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학식충’(6천53회 언급)으로 불린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해도 취업이 안 되니 학식만 축낸다는 경멸의 의미다.
초중고 학생은 급식을 먹는다는 이유로 ‘급식충’(8만8526회), 매사 진지하게 설명하려 든다는 이유로 ‘설명충’(15만7257회)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노인을 비하하는 ‘틀니충’(126회)이란 말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충’의 폭발적 증가가 사회 병리현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여성, 노인, 유족 등 약자에 사용되는데, 약자보다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아무 죄의식 없이 비하·차별 발언을 배설하는 일이 일상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이 장기화하고 서열의식이 굳어지면서, 본인의 삶보다 못한 사람을 멸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아무에게나 ‘벌레’란 혐오 표현을 쓰는 것은 개인적 일탈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빠르게 변하는 기술 발전과 달리 서로 존중·협력하는 문화는 느리게
노영희 변호사 역시 “‘벌레’라는 단어로 다른 사람을 비하·모욕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이라며 “‘○○충’이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문화는 형사처벌을 통해서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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