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돈 아닌 인권" 10명 중 9명 현행 최저임금 부적절
↑ 최저임금/사진=연합뉴스 |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70만원 받으면 40% 정도는 월세로 나가요.학자금 대출도 1천만원이 남아 있습니다. 미용실은 1년에 한 번꼴로 가는 것 같아요." (조은별·21·여)
"마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최저임금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3년 전 애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가장이 되면서 내 임금이 내 목숨 줄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하루 8시간 일하고 최저임금 6천30원 받는데 한번은 가계부를 쓰려고 했다가 너무 화가 나서 중간에 그만뒀어요." (권혜선·56·여)
민주노총 주최로 8일 오전 10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최저임금 당사자' 집담회는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공개하고 최저임금이 인상돼야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대학생이자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인 조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강의를 듣고, 오후 3시부터 보습학원에서 강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버틸 수가 없어 세 학기 만에 휴학했다고 합니다.
학교에 다닌 기간이 짧아 한 학기당 300여만원인 학자금대출이 아직 1천만원밖에 쌓이지 않았지만 졸업하면 빚이 2천만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씨는 "저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들을 봐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는커녕 이자를 감당하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래서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인간관계 단절을 각오하고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선호하는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일하는 이중원씨는 야간근무를 선택하고 할 수 있는 연장근무를 다 해서 200만원을 갓 넘긴 월급을 받습니다.
아내와 세 자녀를 부양하려면 주간 근무자 월급 120만∼130만원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월세 보증금 등 빚도 5천만원 있는데 다음 달부터 연장근무가 없는 부서로 옮기게 돼 걱정이다"며 "다행히 아내가 작년부터 일하게 돼 그간 늘어나기만 했던 빚을 처음부터 갚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자녀가 셋인데 한 번도 학원을 보내지 못했다는 이씨는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서 놀 친구가 없었던 막내가 친구들 학원 시간표를 다 알아내서, 친구들 쉬는 시간에 맞춰 논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아팠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야간당직기사로 일하는 오한성(76)씨는 최저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하다 최근 노동청에 진정을 내 침해를 인정받았습니다.
오씨는 "우리를 인간 취급도 안 하던 학교 교장이 노동청이 최저임금 주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한다고 통보하자 우리를 불러서 해결해달라 하더라"며 "다른 곳도 아니고 교육기관이 법을 위반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학교 당직기사들이 대부분 60∼70대로 한국 경제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사람들인데 이렇게 학대해서 되겠느냐"고 성토했습니다.
청년 노조인 청년유니온은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의 15∼39세 청년 1천47명을 무작위 추출해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 이상인 92.2%(959명)가 현행 최저임금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밝혔습니다.
청년들 중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전체의 82.1%(856명)였고,
그러나 현재 최저임금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74.3%(761명)가, 실업급여와 휴업급여 등이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73.3%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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