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건을 해당 경찰서 2곳이 모두 은폐·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부산경찰청이 오히려 일선 경찰서보다 먼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부산의 한 청소년 보호기관에 따르면 지난 5월 9일 부산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연제경찰서 정모 경장(31)이 선도 대상인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사실을 처음으로 통보했다. 그러자 부산경찰청 담당자는 연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부산경찰청은 그동안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글이 오른 뒤에야 진위파악에 나섰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기관은 부산경찰청의 안내에 따라 같은 날 연제경찰서에 전화해 정 경장의 비위행위를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경장은 다음날인 5월 10일 “경찰관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며 사표를 냈고 17일 아무런 징계 없이 수리돼 퇴직금을 모두 챙기고 옷을 벗었다. 부산경찰청이 통보를 받은 뒤 적극적으로 조처했다면 이 같은 일을 막을 수 있었다.
또 사하경찰서에서 김모 경장(33)이 다른 여고생과 부적절한 처신을 하는 사태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김 경장은 지난 4일 담당하는 여고생과 방과 후 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었고 지난 8일 문제가 불거지자 9일 역시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내 징계 없이 퇴직금을 모두 챙기고 경찰을 떠났다.
연제경찰서와 사하경찰서는 지난 24일까지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다가 이 문제가 공론화하자 “경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에 비위행위를 알았다”고 허위보고했다
그러나 사건 은폐와 허위 보고, 거짓 해명은 부산의 일선 경찰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경찰청을 포함한 고질적인 병폐여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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