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22명이 여중생 2명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5년만에 밝혀진 가운데 일부 피의자 부모가 적반하장 격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피의자 부모 일부가 되려 피해자 탓을 하는 등 부모들의 반사회적인 태도에 네티즌들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언사”라며 SNS를 통해 해당 부모를 비난하고 나섰다. 전문가들 역시 “피해 여성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2차적 피해를 받았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한 피의자 부모는 자기 아들의 집단 성폭행 혐의에 대해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서는 건 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5년이나 지난 일인데 그걸 갖고 왜 그러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모는 더 나아가 “여기에서 시간 보내고 정신적 피해 본 것을 나중에 누가 보상할 거냐”며 경찰에게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부모의 언행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누리꾼들은 일제히 해당 부모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던데···”라며 분노감을 표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부모들이 용서를 구하고 빌어도 모자를 판에,가슴이 먹먹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 성폭행 사건이 가해자와 부모간의 건강하지 못한 관계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원 원심리상담연구소장은 “사춘기 시절 나타나는 반사회적인 행동은 대개의 경우 부모들의 무관심과 연관이 깊다”며 “부모들의 이같은 태도는 ‘아들의 잘못은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내뱉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소장은 “이런 사람들한테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정상적인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일)’와도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이같은 부모의 태도를 “한국사회의 전형적인 가족이기주의”라고 분석했다. 채 교수는 “나의 행동이 상대방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고민하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서 비롯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가해자 부모의 비정상적인 언사가 피해 여성들에게 상당한 2차적 피해를 줬을 것”이라면서 “피해 여성들이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앞서 경찰은 28일 특수강간과 공동협박 등 혐의로 주동자
[연규욱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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