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들인 줄 알았는데, 지역사회를 위해 발 벗고 나서줘서 고맙다는 얘기 들었을 때가 가장 뿌듯했죠.”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른바 ‘SKY’ 학생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공부만 아는 샌님’이라는 편견을 뚫고, 지역 사회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학생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인액터스(ENACTUS)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 얘기다.
인액터스 서울대는 지난 2013년 8월 시각장애인들 안마사들에게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손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존 안마시술소가 퇴폐적인 느낌이 강하고 근로시간도 불규칙해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장애인의 어려움이 컸다는 점에 착안해 ‘참손길지압힐링센터’라는 마사지 숍을 만들었다. 사당점을 1호점으로 현재 4개 지점에서 연매출 6억원을 올리고 있다. 심연지 인액터스 서울대 회장은 “기존 안마시술소에 비해 근무시간이 규칙적이고 취객이 거의 없어 안마사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덕분에 지난 2014년 10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이 현재 23명까지 늘어났다. 앞으로 국내 최초 사회적 기업 프랜차이즈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인액터스 서울대의 포부다. 인액터스 서울대는 이 프로젝트로 지난해 인액터스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서울대에 뒤지지 않는 성과를 자랑한다. 인액터스 연세대는 ‘헌책방 살리기’에 나섰다. 서울에 하나뿐인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되살려보자며 의기투합한 것.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과거 200여개 서점이 성업중이었지만 지금은 남은 서점이 20개에 불과하다. 인액터스 연세대는 변화된 소비자들의 소비양태를 고려해 사업 모델을 구축했다. 헌책방에서 직접 찾은 책을 홍보하고 독자의 성향에 맞는 책을 직접 추천해주는 사이트 ‘설레어함’을 만든 것. 지난 1년간 설레어함을 통해 팔린 책은 3000여권, 1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액터스 고려대는 지난 4년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 ‘블루밍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블루밍 프로젝트팀이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과 함께 윤리적 소비 브랜드 희움을 만들어 팔찌, 에코백, 손수건, 카드지갑 등을 만들어 판매한 덕분이다. 각 상품에는 할머니들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만든 ‘압화(Pressed Flower)’를 응용한 디자인을 사용해 의미를 더했다. 유명 연예인이 희움 제품을 착용한 사진이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유명세를 탄 것도 매출 성장에 도움이 됐다.
수익 대부분은 위안부할머니들의 경제적 지원을 위한 기금으로 쓰이며, 일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기록을 온전히 남기고기 위한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건립에 사용됐다.
유다은 인액터스 고려대 회장은 “4년간 블루밍프로젝트를 통해 인액터스 없이도 온전히 수익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까지 도달했다”면서 “경제적 자립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이웃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액터스 활동은 서울대가 세계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는 있지만 아직 영국 미국 학생들의 스케일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인액터스 코리아 관계자는 “선진국의 프로젝트 지원금은 한국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라면서 “아이디어는 한국 학생들이 더 훌륭하지만, 많은 지원비 덕
심연지 회장은 “선진국 학생들은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할 정도로 스케일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나간다면 지원금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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