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13일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시작하는 등 노동계 하투(夏鬪)가 시작됐다. 수주절벽과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중공업에서도 노동자협의회(노협)가 지난 7일 조선3사 중 첫 파업을 벌인데 이어 13일 상경투쟁을 벌이는 등 단체행동을 벌여 노사 갈등이 고도되고 있다.
조선업이 전례없는 불황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움직임이 지속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15일까지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가결이 유력하다. 20일에는 현대자동차와 연대해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도 20일부터 고용개선과 임금 인상, 노동조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13일 산업은행 본점과 삼성서초사옥 앞세워 상경투쟁을 벌였고, 15일에는 오후에 조기 퇴근해 연가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삼성서초사옥 앞에는 100여명의 삼성중공업 직원이 몰려와 삼성그룹과 정부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잠시 위기에 빠진 삼성중공업을 삼성 미래전략실과 정부가 짜고 정리하려 한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에게 우리의 의지를 알리겠다”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박 사장은 “지금은 조금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회사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노동자협의회의 행동은) 회사를 압박하려다 선주를 떠나게 하는 악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담화문 형식으로 사내에 전파된 이 메시지는 박 사장이 지난 주말 내내 스스로 고심하고 퇴고하며 작성한 문구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삼성중공업 노협은 선박 수주를 위해 사측과 손잡고 해외 영업에 나설 정도였으나 조선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박 사장은 파업이 실제 벌어진 데 대해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을 해결해야 하는데 파업 때문에 자구안 이행에 차질이 생기면 은행권은 자금을 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파업으로 인해 은행 지원이 끊어지거나 유상증자에 실패하면 회사의 운명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길 수 밖에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노협이 지난 주 해양플랜트가 있는 작업장을 봉쇄한 것에 대해서 강한 유
박 사장은 “수주가 안 돼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도 문제지만,현재의 원가 구조로는 수주가 어렵다는 점이 현 조선업 위기 상황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범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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