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 되기도 전인 1946년 설립된 무역협회가 오는 31일 70주년을 맞이한다. 무역협회는 지난 70년간 한국무역의 새벽을 밝혀왔다. 1961년 1인당 수출액은 1.54달러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1만 215달러로 6633배 성장했다. 수출은 그동안 성장일변도로 달려왔지만 앞으로 여건은 녹록치 않다. 2011년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를 열었고, 4년 연속 1조달러 이상을 유지했지만 지난해에는 9633억달러로 줄어들었다.무역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인호 회장을 만나 난관을 극복할 지혜를 들었다.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무역 등 세계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되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지.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고 한다고 해서 영국이 완전히 고립주의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U(유럽연합)라는 거대한 정부가 생기면서 장점도 있었지만 규제가 많아졌다. 브렉시트는 희망적으로 본다면 어떤 면에서 자유주의로 돌아가고자 하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긴 호흡으로 보고 지켜보는게 좋겠다.
- 미국 대선전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 우려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얘기되는 정책이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이제까지 세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가져왔다. 이를 되돌리는 일은 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 지성이 존재하는 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관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 등 해외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에 비관세 장벽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면 경청해야 한다. 이렇게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 사드 배치로 중국과 교역 등 경제협력이 약화될 우려도 있다.
▲중국의 책임있는 당국자는 누구도 우리가 우려하는 제재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중국 경제의 규모와 질이 과거와 같은 수준이 아니다. 중국이 과거처럼 이런 문제를 경제 문제에 연계시켜 국가운영을 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산업이 절실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고급체인인 포시즌스 호텔 창업주 이사도어 샤프는 레드오션은 없다고 했다. 어떤 분야에서든 블루오션이 있다고 했다.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이 기존 호텔업계를 공격하면서 전통적인 호텔들이 설 땅이 없다는 분석도 있었지만 고급 호텔은 나름대로 발전할 분야가 따로 있다고 봤다.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가 닥쳐야 스스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위기시에는 우리도 어렵지만 경쟁자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 구조조정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데.
▲구조조정을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문제다. 구조조정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연속된 흐름이다. 구조조정을 한꺼번에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문제다. 구조조정은 경제의 변화 과정에서 기업의 적응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M&A가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가장 구조조정이 활발한 미국은 시장에서 이런 활동이 이뤄진다. 정부의 힘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절대 영원히 발을 담그면 안된다.
- 잠실지구에 대규모 MICE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MICE 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중요하다.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IT업계의 1년치 영업이 결정된다. 그런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MICE 산업에 집중하며 독자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코엑스 정도 시설로는 이런 세계적인 전시회를 열 수가 없다. 1만명 이상 모일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이 없어서 대형 K-POP 공연을 중국에 가서 하고 있다. 의료분야 전시회 등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끌 수 있다.
- 최근 기업에 대한 수사가 많은 편인데.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느낀게 있다. 기업의 범죄 여부 판단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기업에 대한 수사를 해보고 문제가 없다면 손을 들고 나와야 한다. 들어간 김에 다른 것도 파보자는 식의 수사관행은 개선되어야 한다. 기업인도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겠지만 기업인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을 받아서는 안된다. 기업은 고용의 주체다. 다음달 특별사면도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
- 오는 9월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논란이 많다.
▲법은 지켜질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의 의지가 선하다고 해서 반드시 선한 결론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박용범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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