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년제 공과대학 학장들은 지금껏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평범한 대학’만 양산해왔다며 공과대학 혁신 모델 발굴을 위한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촉구했다.
22일 서울대 공대 등에 따르면 전국의 4년제 129개 공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협의체인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한공협)은 지난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날 총회에서 한공협은 ‘공과대학 혁신 선도 모델’ 보고서를 발표하고 △재정지원사업 혁신 △대학의 자율성 강화 △유형화 발전 지원사업 등을 ’공대 혁신을 위한 방향‘으로 제안했다.
연구를 총괄한 이경우 한공협 사무총장(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교육부의 재정지원 정책들이 지나치게 실적 위주의 사업이 많다”며 “이런 사업들은 ‘대학의 교육’이라는 기본적 목표와 융합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적 달성을 위한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큰 목표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인턴 실습이나 해외 파견 등 사업 실적을 채우기 위한 혜택을 만들다보니 정작 중요한 기초 교육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학장들은 지난 14일 교육부가 10개 대학재정지원 사업을 4개로 합치는 방안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통폐합’ 취지 자체는 공감하면서도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공협 관계자는 “단순히 사업 수 줄이기에만 초점을 맞춘 보여주기식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실행 과정에서 현장과 좀 더 밀접하게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공협은 각 공과대학들이 자체적인 혁신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실적위주의 기존 정부 지원 사업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대 학장들은 또한 기술 발전이 고도화되고 공학 분야에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학들도 유형에 따라 특성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공협은 올해 초 미래창조부 산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과제 위탁을 받아 토론회와 공청회를 열고 각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보고서를 완성했다. 한공협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사업에 대해 목소리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학장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국내 공학계의 발전을 위해 이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보자는 취지로 토론과 협의를 거쳐 결과물을 만들었고 합의 내용을 교육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1991년 설립된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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