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현혹되지 말라'
영화 곡성의 포스터 문구입니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한 가지 주제는'의심' 입니다. 이상 증세로 사람들이 죽어가자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을 의심했고, 경찰이 야생독버섯 중독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결국 외지인을 죽이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의심은 설사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니더라도 이미 죄인을 만들어 버리지요.
최근 박유천·이민기·이진욱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성폭행 혐의로 고소 됐지만, 모두 '무고'로 결론 났습니다.
2014년 서울시향 사태의 주인공인 박현정 전 대표도 막말과 성희롱 등의 사건에 휘말렸지만 결국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요.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죠.
-세 모자 사건의 이 모 씨 아들 (2015년 6월 공개 동영상)
"우리는 300명 이상한테 성폭행을 당했고요. 저희 아빠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우리에게 성폭행하라고 시켰습니다."
1년 넘는 수사 끝에 경찰은 어머니 이 씨를 무고와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무고로 드러났어도 그 누구도 홀가분함과 기쁨을 표현한 사람은 없습니다.
무고란,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서 고소나 고발을 하는 걸 말합니다. 때문에 무고가 밝혀질 경우 죄로 단정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무고 혐의로 검거되는 사람은 한 해 평균 6천 명, 이 중 실형은 8백 명, 벌금형을 받은 사람도 4백 명에 육박합니다.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일본과 비교하면 217배나 되는데요. 문제는 발생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4년 전 미국에서 화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장래 유망한 풋볼선수인 브라이언 뱅크스 사건인데요. 그는 14년 전 강간 누명을 쓴 뒤 5년 간의 복역과 5년 간의 전자발찌 착용을 선고받아 선수생활은 물론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형량을 마친 후 그는 당시 피해자였던 여성을 만나 그녀의 신고가 무고였다는 자백을 받아내고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뱅크스의 인생을 망친 여성은 벌금 27억 원을 선고 받았지요.
이처럼 미국에선 무고죄의 경우, 기본 20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그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내리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무고죄를 중범죄로 다루고 있고 만약 성범죄와 관련된다면 형량은 더 무거워집니다.
우린 어떨까요? 무고죄로 판결이 나면 대부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가벼운 벌금형에 처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린 죗값인데 너무 적죠.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2000년, 성폭행 사건에 휘말린 개그맨 주병진씨. 무죄 선고를 받은 후 9년 만에 세상에 나온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2년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수근거림 속에서 죽고자하는 나와 살고자하는 내가 치열하게 싸우면서 살았다' 고 말이죠.
사건이 터지고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설마 하다가도 정말 그랬나보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이 영화와 다른 건 그 누구도 '절대로 현혹되지말라' 고 말해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는 사이 한 사람의 인생은 처참히 무너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