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강남역 인근에 있는 B커피브랜드 강남에스점은 사람이 없는 한산한 오전 시간대에도 실내온도를 21.0도로 유지하고 있다. 온도계 하단 ‘59’는 습도를 의미한다. <사진=박재영 수습> |
16일 강남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공부를 하던 김 모씨(31)는 긴팔셔츠론 부족했는지 가지고 온 외투까지 꺼냈다. 김씨는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집은 너무 더워 카페에 와서 공부하는데, 왜 이렇게까지 춥게 에어컨을 가동하는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토로했다. 같은 카페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 모씨(여·24)역시 외투를 꺼내 입으며 “온도를 잘못 설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춥다”고 말했다. 온도계가 가리키는 이 카페의 실내온도는 19도. 여러 번 측정해봐도 실내온도는 20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가정에서는 ‘전기료 폭탄’ 우려로 에어컨을 제대로 켜기 힘들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가운데 카페 등 일부 영업장에서는 과도한 냉방으로 오히려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주택용 전력과 달리 커피숍 등 일반 가게에서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아 전기를 ‘펑펑’ 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6~17일 매일경제가 강남역 일대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 10개 매장의 실내온도를 측정해보니 산업통산자원부의 권장 기준인 26도를 지키고 있는 매장은 단 두 곳 뿐이었다. 심지어 권장기준을 지킨 8개 매장 가운데 7곳은 21도 이하로 측정됐다. 한기가 느껴져 외투를 입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국내 최대 커피숍 체인점 중 하나인 B브랜드의 강남역 지점에서는 손님이 거의 없는 한산한 오전 시간대이지만 과도한 냉방으로 인해 실내 온도가 19도로 측정됐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김 모씨는 “오후가 되면 손님이 많이 몰려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오전에 일부러 더 시원하게 맞춰놓는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낮게 냉방을 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오전 11시 기준 이 매장의 에어컨 희망온도는 21도로 설정돼 있었지만 실내 온도는 19도를 기록했다. 3층 규모의 대형 매장에는 앉아있는 손님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에어컨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 카페의 점장은 “매장 직원들이 일일이 온도를 체크하기가 어렵다”며 “직원들이 적정온도로 설정해 놓아도 고객님들이 온도를 내리는 것을 일일이 제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서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며 말을 흐렸다.
카페 등 영업장들이 과도한 냉방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전기세에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기 비용은 주택용보다 비싸지만 쓰면 쓸수록 가정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영업장에서는 마음 놓고 적정온도 보다 훨씬 낮은 온도까지 냉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주택용 누진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인근 지역의 한 음식점 주인은 “75평짜리 가게에서 2만1000W(와트)짜리 대형 에어컨 3대를 24시간 계속 틀어 놓아도 한 달에 전기료 100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며 “전기요금이 누진세였다면 꿈도 못 꾸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컨을 켜놓은 채 매장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는 ‘개문냉방’을 하는 매장도 여전히 많았다. 심지어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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