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적자원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 등 전세계 교육제도는 젊은이들이 꿈과 끼를 찾는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인력을 낭비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잠재성과 창의성을 찾아주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2016 글로벌 교육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파시 살베리 핀란드 헬싱키대 교육학부 교수는 18일 서울 관악구 대교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두될 인적자원 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살베리 교수는 “한국과 미국 등은 교육제도를 표준화하고 일정 기준에 맞출 것을 교사와 학생에게 요구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학생의 창의성을 강조하고 개개인의 필요에 따라 교육하며 잠재성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도 지속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잠재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실험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1년에 1~2번 운동한다고 건강해지지 않듯이 자유학기제를 1학기 동안 진행한다고 청소년들이 곧바로 꿈과 끼를 찾고 자유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와준다는 원칙이 꾸준히 실행되어야 한다”며 “핀란드는 자유학기제 같은 방식을 전체 학교 시스템에서 걸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 개혁의 방향에 대해 묻자 살베리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면서도 “학생들이 하루종일 노트북이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면서 깊은 생각과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아이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고 남과 눈을 마주치며 15분 동안 대화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며 공감능력과 이해력, 사고력 등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교는 정보기술(IT)을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지 고민하기보다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살베리 교수는 모든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한국과 핀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코딩 교육 등이 각광받고 있지만 모든 학생이 프로그램 언어를 배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학생들이 코딩을 배우는 것은 자원 낭비이며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만 선택해서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코딩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대화하고 이해하는 능력, 인문학적 소양과 올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라
살베리 교수는 30년간 핀란드 교육 개혁에 참여하면서 공교육 모델을 만드는데 기여한 인물로 하버드대 객원교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분석가, 세계은행 교육 전문가 등을 지냈다. 최근에는 그가 집필한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이 국내에서 출간됐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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