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1천400여 곳의 초·중·고가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개학한 16일 오전 선풍기와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서울 관악구 삼성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무더위에도 공부를 하고 있다. |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밤 최저기온이 영상 25도를 넘는 열대야는 지난 달 22일 서울으로 발생한 이후 이날까지 29일 나타났다. 기상 관측 사상 최고 더웠던 해로 기록된 1994년의 열대야 발생 일수 36일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서울의 열대야 발생일 수는 5일에 머물러 올해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이달에는 지난 4일부터 18일동안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기상청 중기예보도 목요일인 25일까지 서울의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상청의 예측대로라면 열대야 발생 일수는 33일에 달한다. 1994년 열대야 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한반도의 ‘뜨거운 밤’이 지속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이 25일 이후 더위가 한풀 꺽일 것으로 보는 것은 다음주 중반 저위도에서 북상하는 태풍이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블로킹 현상’을 완화시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블로킹 현상이란 중위도 지역에서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면서 주변 기류의 이동을 방해하며 정체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일부터 이틀동안 일본 남쪽 해상에서 9호 민들레, 10호 라이언록, 11호 곤파스까지 3개의 태풍이 연이어 북상하고 있다. 이들 태풍이 한반도의 꽉 막힌 ‘더운공기’에 숨통을 틔울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태풍들이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고기압 장벽을 흔들면서 더운 공기의 흐름에 영향을 끼쳐 폭염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 여름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남북으로 강하게 발달하면서 한반도 내 더운 공기를 정체시키면서 발생했다”며 “태풍이 고기압 장벽 사이로 연이어 비집고 들어오면서 블로킹 현상으로 꽉 막혀있는 기류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94년에도 태풍 ‘더그’가 많은 비를 뿌리면서 당시 무더위를 식혀 ‘효자 태풍’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당시에는 장마가 빨리 마무리되고 7월 초부터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를 완전히 뒤덮으면서 전례없는 폭염을 가져왔지만 그해 8월 9일부터 13호 태풍 ‘더그’와 14호 ‘엘리’가 잇따라 상륙해 가뭄을 해갈하고 더위를 식혀준 적이 있다.
기상청도 ‘효자 태풍’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요일인 26일부터는 낮 최고 기온을 31도, 밤 최저기온을 24도로 예상했다. 특이 이달 말에는 최고 기온이 8월들어 처음으로 30도 이하로 최저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태풍의 진로에 따라서 폭염이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어 94년 열대야 기록 36일을 경신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풍이 일본 동쪽 해상으로 진출하면서 꽉막힌 기류흐름을 해소시키면서 폭염이 누그러질 수 있지만, 만약에 일본 남쪽으로 북상한다면 더 많은 열대 공기를 몰고 올 수 있어서 지금의 폭염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이 오히려 더운 공기를 한반도로 밀어올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며 “현재 저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이 ‘효자태풍’의 역할을 못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태풍의 움직임을 주시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도 한반도 폭염을 식혀줄 것으로 기대했던 7호 태풍 ‘찬투’가 일본 근해에서 소멸하면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바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는 결국 계절의 변화에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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