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가 지난 12일 경주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무능을 드러냈다.
우선 긴급재난문자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2일 밤 재난문자는 지진이 발생한 지 약 9분이 지난 19시 53분께 발송됐다. 심지어 통신망 폭주로 인해 KT와 SKT 가입자 일부에게는 문자가 아예 전송되지도 못했다.
문제는 향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해도 이 같은 ‘느림보 문자서비스가’가 재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있다.
우선 안전처가 기상청으로부터 정확한 진앙지와 지진규모 정보가 담긴 지진통보문을 받는데 4~5분이 소요된다. 이를 갖고 안전처가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데 다시 4분 여가 걸린다. 결국 현재 시스템에서는 재난문자 서비스에는 8~9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지진 발생후 즉각 재난문자가 전송된다.
안전처 관계자는 13일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고 4~20초 사이에 지진이 감지되고 이를 곧바로 문자 서비스를 신청한 개개인에 통보하는 구조”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조기통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안전처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도 가능한 일이다. 기상청은 12일 지진 발생 26초만에 지진 규모(전진 5.1, 본진5.3)와 대략적인 진앙지를 파악했고 즉각 안전처와 이 정보를 공유했다. 안전처가 기상청의 지진통보문을 기다리지 않았다면 1분내에 재난 문자를 보낼 수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기상청은 정확한 진앙지 확인없이 문자를 보내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기상청은 “진앙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재난문자를 발송할 대상지역의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며 “자칫 지진을 느끼지 않은 주민들에게까지 밤늦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부분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피 등 신속한 안전조치가 필요한 만큼 조기통보 시스템 구축은 필수라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안전처는 지난 5월 재난문자에 대피요령을 함께 보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에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처 관계자는 “2G폰에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에 보낼 수 있는 글자 분량이 제한된다”면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이뤄나가겠다”고 해명했다.
12일 밤 안전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던 것도 문제다. 국민들은 지진 대처 요령을 알기 위해 안전처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아무 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잠시 접속된 안전처 홈페이지에서는 ‘세종청사 이전’ 관련 팝업창만 떴을 뿐, 지진 상황에 대한 안내는 찾기 어려웠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안전처 상황실이 최신 정보를 뒤늦게 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매일경제가 월성원전 가동중지 속보를 접한 지난 13일 오전 0시 7분에 안전처 대변인에 사실확인을 요청했다. 이승우 안전처 대변인은 이에 대해 “원전은 정상운행”라고 답했다.
[최희석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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