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놀이인가' 하시겠지만, 책 제목입니다.
이 책은 지난 1993년 출간 당시 300만부 이상이 팔리면서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었고, 영화로도 제작됐었지요.
내용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의 저지로 실패하게 되고 결국 남북이 합작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겁니다. 물론 소설입니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내에선 여당을 중심으로 한국의 핵무장론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 야당의원도 동의를 하고 있지요.
어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자체 핵무장론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5%가 넘게 나온 걸 보면 우리 국민들 역시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 우린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에선 불가능합니다. 미국 때문이죠.
성 김 /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13일)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절대적이며, 어떠한 모호함이나 흔들림도 없습니다"
미국 내 동아시아문제 전문가들도 일제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습니다.
미국이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요?
미국외교협회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자체 핵무기 보유는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신뢰 어쩌고 했지만, 사실 이게 솔직한 표현이지요.
한국이 자체 핵개발을 할 경우 그 대응으로 일본은 물론 다른 국가들까지 방어적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쪽은 더 이상 미국의 보호를 받을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간 저 멀리 태평양 넘어에서도 동아시아의 패권을 주도하던 미국은 이제 보호가 아닌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리는거죠.
또, 지난 50년 간 미국이 주도하던 핵확산 금지조약도 와해돼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어떤 국제적 문제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하는 순간, 자국 안보는 물론 세계 패권도 빼앗겨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거죠.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건 뭐,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린 '핵확산 금지조약'과 미국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핵과 외교력·군사력으로 우리의 안전을 보호해준다는 '핵우산 조약', 그리고 '한미 상호방위조약' 때문에 우린 우리 나름대로의 방어 무기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1992년 시작된 유엔의 재래식 무기 이전등록제도 때문에 전차나 전투용 항공기 등 재래식 무기의 수출입 데이터도 모두 공개를 해야 하니 기존에 있는 무기를 유용하는데도 제약을 받고, 구입을 할 수도 없습니다.
본의 아니게 자국 안보를 고민하는데, 미국의 눈치만 봐야하는 겁니다. 그야말로 '가만히 미국에만 의존해라'는 건데….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미국이 괌에서 출발하기로 한 B-1B전폭기가 현지 기상악화로 하루 늦게 출발했을 때 그게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않습니까?
북한의 핵 위협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온갖 조약과 법으로 자체적인 방어력도 갖추지 못하는 상황. 우리의 안보 주권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핵무기 개발과 자주 국방은 소설 속에나 존재하는 걸까요? 오죽 통쾌했으면 그 소설이 그렇게 많이 팔렸을까요.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자체 안보가 소설 속의 얘기일 뿐이라는 게 너무 슬프고도 아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