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충우기자> |
최대 9일에 이르는 긴 추석 연후의 끝자락인 17일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고향에서 돌아온 귀경객들로 가득했다.
긴 연휴를 푹 쉬고 온 덕분인지 편안한 미소를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현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운 표정을 짓는 귀경객들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앞서 서울로 복귀한 서울시민들은 남산과 한옥마을을 찾아 이틀 남은 휴일을 만끽하며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반면, 고향을 찾고 싶어도 찾지못하는 실향민들은 파주에 위치한 오두산 전망대 등을 찾아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모습이었다.
◆서울역 가득 귀경객 행렬…설 연휴 ‘만족’과 ‘아쉬움’ 가득
먼 베트남에서 고향인 부산을 찾아 4일간의 연휴를 만끽한 이동훈씨는 이날 오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연휴기간에도 일을 계속하면서 부모님들을 만나고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추석을 보냈다“며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더니 동생이 아이를 가져서 출산을 앞두고 있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벌써 연휴가 끝나 아쉽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은 부모님들에게 50만원 안팎을 지출했다는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상주에 살고 있는 할머니를 뵈러 다녀왔다는 김명규(27)씨는 ”햄세트랑 식용유, 과일 등을 선물해 드렸는데 총 50만원 정도 써 큰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대전에 있는 시댁과 친정을 다녀왔다는 A씨는 ”시댁과 친정에 각각 30만원씩 용돈을 드렸다“며 ”신혼부부다 보니 부모님들이 아기를 빨리 가지라고 종용하셨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추석 연휴 시작 이틀전 발생한 경주 등 경북지역 지진이 추석 가족모임에선 단연 화두가 됐다.
대학생인 전은경(23)씨는 ”고향이 울산인데 내려 갈 때 동대구에서 1시간 연착했고 그 이후 30km서행을 하다 보니 도착 예정 시간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며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선 지난 났을때 어땠고, 어떻게 대피했는지 얘기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 말했다.
명절 내내 음식 만들기 등으로 지쳐있는 여성들도 있었다.
결혼하고 처음 시댁에서 명절을 보냈다는 주부 이모(30·여)씨는 ”연휴 내내 전 부치고 시어머니를 도왔더니 온 몸이 쑤신다“면서도 ”가족과 함께 즐기는 연휴는 좋지만 이젠 남자들도 부엌일을 도와야 명절이 좀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교통 정체 등을 피해 역귀성하는 움직임이 커서 인지 이날 반대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부모님을 배웅하는 이들도 이따금씩 목격됐다.
◆꿈에서 본 북녘 고향,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고향을 찾지 못한 실향민들은 먼 발치에서 고향땅을 바라보면서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성묘를 대신 했다.
이날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만난 탈북 작가인 림일씨(49)는 ”20년 째 추석이면 개성의 송악산이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을 찾고 있다“며 ”올해는 북한의 핵심험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들, 아버님, 형님 걱정으로 더 애가 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웨이트에서 건설노동자로 소위 북정권의 ‘외화벌이’에 동원됐다가 지난 97년 탈북 후 남한에 살고 있다.
최덕현(79)씨와 마화일(81)씨는 51년 전 1·4 후퇴때 남한으로 내려왔다. 최씨는 ”가족 얼굴 본지가 이미 60년이 지났다“며 ”추석 때면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나지만 이미 세월이 반세기가 흘려 이젠 얼굴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마씨는 ”만약 어머니께서 살아계시다면 올해로 123세를 맞으셨을 텐데, 아마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싶다“며 먼 고향을 바라보며 큰절을 올렸다.
이들 탈북 실향민들은 갈수록 횡포가 심해지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림씨는 ”최근 엘리트들 까지 잇따라 북한을 벗어나 귀순하고 있는 데 만약 체제가 안정적이고 살 만하면 목숨을 걸고 그렇게 탈출을 하겠냐“며 ”이미 본인(김정은)의 고모부도 죽였고, 지금의 북한 체제는 브레이크 풀린 기차와 같다“고 말했다.
◆연휴 내내 롯데월드 등 유원지 인파 몰려...마지막 날에는 고속도로 한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전국 고속도로는 오히려 평소 주말보다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하루 전국 고속도로 전체 교통량은 평소 주말 교통량인 390만대보다 적은 수준인 331만대로 추산했다. 요금소간 거리를 기준으로 서울에 도착하는 데 부산에서 4시간 20분, 광주에서 3시간 10분 소요될 것이라고 공사는 예측했다.
한편 서울 시내 유원지 등은 서울에 남아있던 시민들, 일찍마치 서울로 복귀한 귀경객들과 역귀성객 등으로 인해 연휴 내내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서울의 대표적인 유원지인 롯데월드는 가족, 친구, 연인 단위의 시민들로 연휴 기간 동안 발디딜 틈 없는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연휴 대비 이용개들이 15%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는 회사원 박모(40)씨는 ”아내가 연휴기간에 차례 준비 등으로 고생이 많았다“며 ”오늘은 이곳에서 푹 쉬다가 밖에서 식사까지 다 하고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17일부터 제16호 태풍 ‘말라카스’의 영향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지역 곳곳에는 많은 비가 내렸으나 수도권은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면서 휴일 나들이객들의 야외활동을 부추겼다. 북상 중인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남부지방과 충청권은 강한
[파주 = 송민근 기자 / 서울 = 연규욱 기자 / 박종훈 기자 /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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