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 때문에 견제가 필요합니다. 그 견제의 상징이 바로 '국정감사'입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가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와 조사를 하는 것으로, 국회의 권리이자 의무고 사실상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실 국정감사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선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통은 의회가 상시 행정부를 감시하니까 1년 12달 국감을 하는 셈이니 따로 기간을 정할 필요가 없거든요.
우린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국회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제 수단이 따로 필요했고, 그래서 유신헌법으로 폐지됐던 국정감사를 16년 만에 부활 시켰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는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입니다.
사실 새삼스럽지도 않지요. 지난해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야가 대립하는 바람에 해당 상임위가 파행 됐었고, 그 이전에도 증인채택 등 문제를 두고 으레 파행이 이어졌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8년 간 국정감사를 전면 거부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싸우더라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싸웠던 거죠.
북핵과 지진·한진해운 사태·민정수석 논란 등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사안이 쌓여 있는데, 국정감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국회의장 퇴진을 놓고 단식에다 보이콧까지 선언한 여당, 그리고 지금이 기회라며 국정감사 연기도 거부하고 단독으로 감사를 진행하는 야당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혹만으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또, 중재를 해야 할 국회의장은 '내 탓 아니다'라며 뒷짐만 지고 있죠.
국정감사는 어디까지나 정부를 감시하라고 있는건데, 이 국정감사를 주도권 싸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 옛날 삼권분립이 되지 않았던 조선은 국정감사는 없었지만, 왕의 과오나 비행을 비판할 수 있는 '대간' 제도를 둬서 국정을 감시하게 했습니다.
당시엔 과학적 검증이 어려우니만큼 풍문으로 의혹이 제기되면 감찰을 시작했죠. 때문에 감찰관인 대간의 역할이 중요해서 수시로 도덕성을 검증하고, 시험을 봐 공정함을 유지했습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엔 왕과 대간의 논쟁이 수없이 기록돼 있지요.
제도가 미비하면 도덕적으로라도 공명정대하게 그 역할을 수행하게 한 과거와 달리, 헌법으로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도 거부하는 우리 의원들.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은 각종 자료로 방패를 만들고 있는데, 정부 쪽에 창을 들어야 하는 국회는 엉뚱한데 창을 겨누고 있는 겁니다.
그나마 이 와중에도 원자력 발전소 부실 검사와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을 제시하고, 당론을 거부하면서 국정감사에 복귀한 의원도 있네요.
우리는 이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는 의원들을 칭찬해야하는 우리가 안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