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치 받아보기가 겁날 정도로 추락하는 수출과 고용, 까닥 잘못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선과 해운의 구조조정, 김영란법 이후 휘청거리는 소비, 국민 1인당 7천만 원을 넘어선 사상 최고치인 가계부채.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팍팍해지는 국민들의 삶.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한 중앙은행 총재의 첫 마디는 '대한민국 경제 최대의 악재는 불확실성이다'였습니다. 이 조마조마한 한국 경제는 지금 어떻게 컨트롤되고 있을까요?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우리 정부의 대응은 말 그대로 '우왕좌왕' 이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던 날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회의가 열었지만, 선거 때 나열했던 공약 만 정리하는 '맹탕' 수준이였다고 하죠. 누군가 나서 '이거 챙겨라, 저거 챙겨라'하는 목소리도 안 들립니다.
정부는 이맘때면 내년도 '경제 정책 방향'을 준비합니다. 내년도 정부의 경제 우선정책을 정하고 전 경제부처로부터 의견을 받는 거죠. 하지만, 지금 관가에서는 한숨만 나옵니다. 경제 수장이 지휘봉을 잡고 각 부서를 채근하며 챙겨야 하는데, 이 역시 사정이 그렇질 못하니까요.
이 일을 맡아야 할 현재 경제부총리는 나름 열심히는 하지만, 떠날 것이 확정된 분이라 다음 부총리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오기로 한 사람은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못 했으니 나서서 지휘봉을 쥐지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공무원들은 보고서를 들고, 떠날 사람과 새로 올 사람에게 뛰어다니느라 시간을 다 허비합니다.
미국의 경제수장은 미 연방제도이사회 의장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앙은행 총재입니다.
1951년 취임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의장은 4명의 대통령을 거치는 19년 가까운 임기를 다했고, 1987년 임명된 앨런 그린스펀은 18년 6개월동안 미국 경제를 지켰습니다. 폴 볼커 전 의장과 벤 버냉키 전 의장도 8년동안 정치권의 그 어떤 압력에도 소신껏 경제를 요리해냈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오래 했느냐를 부러워하는게 아니라, 업무의 영속성과 안정성에 주목합니다. 이들의 재임기간 미국은 한결같이 불가능해 보였던 위기를 극복했고, 또 경제 번영도 일궈 냈으니까요. 미국 경제 정책의 첫 번째는 불확실성을 두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총리야 정치권의 권력 싸움으로 청문회를 못 한다 치더라도, 경제부총리는 지금이라도 청문회를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부적합 판단이 나면 다른 사람을 다시 세우든지, 아니면 일을 하게 해 주자는 거죠.
임명 9일째, 이제 야당도 의견이 갈립니다. 국민의당은 부총리 청문회에 긍정적이나, 민주당은 반대 입장입니다. 정의당 마저 찬성 의사를 갖고 있다는데 말이죠.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재고해주길 바랍니다.
국민들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를 느끼지만, 정쟁에 매몰돼 나라 살림을 망치는 일에도 똑같이 분노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