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정부·민간을 아우르는 고위급·대규모 특사단을 파견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13일 나왔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11~12일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의원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 △학계 인사 등 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인 17명은 ‘최고위급’ 혹은 민·관을 망라한 대규모 특사단을 빠른 시일내에 워싱턴에 보내야 한다고 답변했다.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북핵 문제 해결 수단으로 ‘선제타격’ 등 과격한 수단을 실제로 활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 후보 당선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지형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기존의 ‘대화 배제, 제재 본위’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현재 정부는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급)을 주축으로 한 특사단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반도·북핵 문제와 경제·통상 전반에 대한 한국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 판단이다. 적어도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상의 책임있는 당국자를 중심으로 하면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점을 가진 민간 인사들을 포함시켜서 특사단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현재와 같은 차관급 인사 파견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6명(17.6%)에 그쳤다. 외교·안보 최고 사령탑인 박근혜 대통령 리더십이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상처입은 상황에서 판단을 유보한 전문가도 10명(29.4%)이나 됐다.
외교통상부 1차관을 역임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트럼프 현상이 ‘기존의 틀’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보다 고위급을 보내야 미국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전 대사는 “정치인·학자 등 민간 채널도 풀가동하면서 대미 메시지가 통일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 측과의 메시지 조율도 중요하지만 현 정국상황을 감안하면 미국 대선결과에 대한 초당적 대처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설문에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당장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응해 오름폭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답자 34명 중 19명(55.9%)는 현재 한국 측이 용인할 수 있는 부담액수(2014년 기준 약 9200억원)에서 10~20% 수준에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20~40% 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6명(17.6%)이었다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 김태준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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