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난 자리에서 긴장도 많이 돼있었고, 너무 무섭기도 했고 앞으로 감당할 무게나 책임에 대해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김종(55)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 차관의 올림픽 포기 외압 논란과 관련해 ‘마린 보이’ 박태환이 아시아 수영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뒤 무겁게 닫았던 입을 처음으로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 시내에서 기자들을 만나 “사실 당시 긴장이 많이 됐다. 올림픽을 앞둔 상태에서 안 좋은 일도 있었고, 그에 대한 무게감도 있었다. 올림픽에 출전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밝혔다.
앞서 박태환 측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이 지난 5월 25일 박태환 소속사 관계자, 대한체육회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주겠지만, 출전을 고집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언을 공개한 바 있다. 박태환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기업 스폰서는 내가 약속해줄 수 있다”면서 “단국대학교 교수해야 될 것 아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며 박태환을 회유하려고 시도했다.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는 문체부의 압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요했다. 2014년 9월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년 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마치고 지난 4월 대표 자격을 회복했다. 하지만 문체부는 박태환을 대표로 뽑지 말도록 체육회에 압력을 가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이중처벌 금지’에도 “국내 규정 개정은 없다”며 박태환의 리우행 불가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박태환은 온갖 장애와 회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CAS 제소에서 승리해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부진했다. 이에 대해 박태환은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면서도 “올림픽에서는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여러 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굉장히 많았다. 정신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체부의 상식 밖의 ‘박태환 출전 반대’는 약물이 아니라 ‘괘씸죄’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고위관계자는 지난 20일 “박태환이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주최한 한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이후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 권력이 어린 스포츠 선수들의 미래를 쥐락 펴락 하며 그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박태환도 “무서웠다”고 말할 정도로 운동만 하던 어린 선수들이 감당하기에는 ‘정치 권력’은 상상을 뛰어넘는 큰 벽이다. 물론 후폭풍은 모두 어린 선수들의 짊어지고 있다.
최근 누리꾼들은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과거 늘품건강체조를 시연한 것과 관련해 그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연재는 지난 2014년 11월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등과 함께 늘품건강체조를 시연했다.
이에 대해 손연재 측은 “대한체조협회와 문체부로부터 대통령과 문체부장관이 주최하는 국가적 체조행사에 손연재 선수가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체조선수로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체조행사에 선의를 가지고 체조 보급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늘품체조 행사’에 참여한 손연재가 김종 문체부 전 차관이 부임한 후 3년 연속으로 대한체육회 최우수상(2014·2015년)과 대상(2016년)을 수상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상은 지난 10년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수여됐다. 한 누리꾼은 “손연재와 최순실 조카 장시호는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동문이고 소속사 대표인 심우택 갤럭시아SM 대표이사는 연세대 대학원 스포츠레저학 박사 출신이며 K스포츠재단 등기이사인 이철원은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교수”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대로 ‘피겨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늘품체조 행사 참석을 거부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KBS는 국정 농단 세력의 입김에 피겨여왕 김연아도 피해를 봤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차은택 씨가 주도한 늘품 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김연아가 거절하자 정부로부터 미운 털이 박혔다“고 보도했다. 실제 김연아는 2015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조효성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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