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를 모았던 힙합그룹 DJ DOC의 26일 촛불문화제 공연이 돌연 취소됐다. DJ DOC의 신곡 ‘수취인분명 (미쓰박)’의 가사를 둘러싼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현 시국을 비판하는 일명 ‘박근혜 디스곡’이 여성혐오 논란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래퍼 산이는 ‘나쁜년’이라는 제목의 곡을 발표했다 여성단체의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이같은 디스곡들의 수난사를 놓고 네티즌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약자인 여성에 대한 조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과 디스곡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볼멘 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 “나쁜년, 미스박은 여성 혐오 표현”
여성단체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가수들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여성코드’가 빠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정체성이 ‘여성’을 대표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모든 풍자는 여성성을 향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례로 DJ DOC의 노래에서 박 대통령을 부르는 호칭은 ‘미쓰박’이다. 박 대통령이 미혼인 점을 빗댄 표현이다. 아울러 ‘수취인분명’의 가사에는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널데리러가 빵빵” 등 외모 비하와 여성혐오적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산이의 ‘나쁜년’ 역시 대통령이 남성인 경우에 다르게 ‘년’이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여성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해당 노래의 가사에는 ‘심지어 옆에 알고 보니 있었지 딴 놈’ ‘그와 넌 입을 맞추고 돌아와 더러운 혀로 핑계를 대’등 성적인 표현도 있어 성적 수치심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여성단체들이 박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옹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건설적인 비판은 환영하지만 이같은 디스곡이 자칫하면 강자가 아닌 약자인 소수자에 대한 억압의 화살이 될 수 있어 이를 좀 더 주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여자도 왜 이게 여성혐오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두 가수의 디스곡 발표를 높게 평가하거나 공연을 기대했던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풍자와 해학을 하는 과정에서 용납할 수 있는 부분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한 다른 네티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직업이 연예인”이라며 “용기내서 디스곡을 발표한 가수들의 행동을 여성행동으로 비하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아닌가”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여성단체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는 네티즌들도 상당수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같은 여성이지만 도대체 왜 이 곡들이 여성혐오인지를 잘 모르겠다”며 “여성단체들이 여성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이 가수들이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했다
앞서 촛불집회 주최 측은 지난 19일 열린 4차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미스 박, 미스 박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에요”라는 자유발언을 쏟아하자 사회자인 박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이 발언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즉시 사과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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