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 취재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사회부 김한준 기자, 정치부 송주영 기자 나왔습니다.
【 질문1 】
김 기자, 화면에서만 봐도 정말 많은 인원이 모였는데요.
1차 촛불집회 때부터 지금까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거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1차 촛불집회는 지금부터 5주 전인 지난달 29일 열렸는데요.
주최측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1차 집회 당시만 해도 5만 명이었지만 2차 때는 20만 명, 3차 집회때 무려 100만 명으로 급속히 늘었고,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조직대오'를 만반히 준비하지 않았던 4차 집회 때도 95만 명이 모였습니다.
오늘은 이미 저희 취재진이 알려드렸다시피 역시나 이 시각 현재 100만 명입니다.
서울에서만 100만 명이 집결했고, 지방까지 합치면 더욱 많아질 전망입니다. 정말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 4차 집회 때 날이 저물 무렵 잠시 비가 내린 것을 제외하면 그동안은 날씨가 상당히 좋은 편이어서, 집회에 참석하기도 무리가 없었는데요.
이렇게 눈이 많이 쏟아지고 날씨가 추운 상황에서 이 정도 인원이 모였단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질문2 】
이렇게 촛불집회 규모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 기자 】
쉽게 말씀드리면, 계속되는 대규모 촛불집회에도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3차 촛불집회때 100만 명이 모였을때 청와대는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냈는데, 정작 지금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이런 민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질문3 】
송주영 기자, 구체적으로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가 맞는 거죠?
【 기자 】
네. 그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요.
사실 미르·케이 스포츠 재단 설립과정에서 불법 모금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될 때까지만 해도, 국민들은 설마설마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차은택 씨 의혹이 불거지고,
여기에 대통령이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반박했는데, 이내 사실로 드러났고,
그러다 국면 수습책으로 내놓은 청와대 인적 개편도 일방적이고,
야당이 거국내각을 논의하고 있는데, 갑자기 여야 논의 없이 김병준 총리 임명 카드를 내놓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에게 전권을 준다고 했는데, 내용을 보면 실권을 가지고 있겠다는 의미이고,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또 거부하고,
이렇게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니까,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하고 '꼼수'를 부린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분노가 극에 달하는 겁니다.
【 질문4 】
그런데 김 기자.
이번에도 경찰이 추산한 인원과 집회 주최측이 집계한 인원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번 이러는 이유가 뭔가요?
【 기자 】
양측의 집계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경찰은 유동인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장 인원이 많은 그 순간만을 파악하는데요.
예를 들어 오늘 오후 6시에 광화문광장에서 본집회가 시작됐는데, 그 전까지 집회에 참석하다 빠진 사람들은 집계를 하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주최측은 다르죠.
집회에 잠시 왔다가 간 사람도 모두 집계를 합니다.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 질문5 】
양측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는데, 국민들은 진짜 얼마라고 생각하면 쉬운 겁니까.
【 기자 】
이런 큰 격차에 대해 경찰 역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4차 집회때까진 거의 매 시간마다 집계 인원을 언론에 공개했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주최 측의 추산 인원과 너무 차이가 나서 최대 인원이 모였을 때만 공개한 건데요.
이렇게 명확하지 않다보니 여기저기서 집회 참가 인원을 추산하는 이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이용 통계가 있고요, 휴대폰 무선신호 집계·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유동인원까지 계산한 대학교수의연구까지 나온 상태입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아예 이철성 경찰청장은 경찰 추산인원에 최대 3배를 곱하면 언론에서 보도하는 참가 인원과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 질문6 】
어느 학설을 대입하더라도 이번 촛불집회는 대단한 규모 같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대 규모가 맞는 거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1987년 6월 10일 있었던 '6월 항쟁' 당시 서울에 100만 명의 인파가 모였습니다.
역대 최대 촛불집회였던 2008년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반대 집회도 70만 명이 집결했습니다.
이미 3차 집회때 29년 전 최대 기록에 똑같이 도달했고, 8시에 주최측이 추산 통계를 내놓는다고 했으니 사실상 신기록을 갈아치우게 된 겁니다.
【 질문7 】
이번엔 집회때 행진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법원이 이번에도 청와대 인근에서의 행진과 집회를 허용했죠. 청와대 200미터 앞까지 실제로 갔다온 거죠?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주최측은 이번에도 청와대 주변까지 행진을 신청했고, 경찰은 안전 사고를 이유로 금지했지만 법원이 문제가 없다며 주최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3차 집회 때는 청와대에서 800미터 떨어진 지점, 지난주 4차 때는 400미터 지점까지 행진했는데, 이번에는 200미터 앞까지 온 겁니다.
지도를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텐데요.
동쪽의 세움아트스페이스는 청와대에서 400미터 떨어져 있고, 서쪽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는 청와대에서 20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밑의 율곡로도 인파로 가득차 있으니, 사실상 청와대의 동남서쪽으로 포위가 이뤄진 겁니다.
【 질문8 】
청와대가 포위되면서 경찰도 만만의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 오늘 투입된 인원은 얼마나 되나요?
【 기자 】
오늘 투입된 경력은 280개 중대, 2만 5,000명에 달합니다.
사실상 이정도 규모면 경찰이 투입할 수 있는 최대 규모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리나라 경찰은 11만 명, 의경 등을 포함하면 모두 14만 명인데, 지방에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인원 등을 감안하면 서울 광화문에만 3만 명 이상의 경찰을 동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거죠.
실제로 100만 명이 모였던 지난 12일 3차 촛불집회 때도 배치된 경력은 272개 중대, 2만5,000명으로 이번과 비슷했습니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3차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를 지키는데 사실상 올인했던 경찰이 지난주부턴 지하철역이나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따로 인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 질문9 】
4차까지 촛불집회를 이어오면서 느꼈던 것이 집회 참가자들이 분노를 재치와 유머로 보여줬다는 건데요. 오늘 집회도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요?
【 기자 】
네, 예전에는 집회 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든지 노조 깃발 이런 걸 떠오르기 쉬웠는데, 요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보시는 것처럼 저승사자 퍼포먼스를 하거나 닭이나 말 탈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노조 깃발 대신 독거총각 결혼 추진회, 1588 순실순실, 먹부림연합 등 이색적인 깃발도 상당수 등장했습니다.
흡사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유명 가수들의 노래도 매주 계속되고 있는데요.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이 계속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는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네, 다시 촛불집회 현장 연결해 본 뒤 다시 얘기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