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늑장대응으로 일제 시대 친일파 이해승의 재산 320억원을 환수하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지난 1일 친일파 이해승의 재산을 물려받은 후손을 상대로 재산 환수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정부의 재심 청구를 각하(却下)했다.
법무부는 이해승의 손자 이우영(77) 그랜드힐튼호텔 회장과 ‘상속 친일재산’을 둘러싸고 국가귀속 소송을 벌였지만, 지난 2010년 10월 28일 최종 패소한 뒤 다시 판단해 달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소송을 내야 하는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각하 판결을 내린 것이다.
민사사건의 재심은 ‘재심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확정판결이 내려진 이후 닷새 뒤인 2010년 11월 2일 법무부에 판결문이 송달됐기 때문에 이때부터 재심사유를 안 날로 계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법무부가 판결문을 송달받았으면 그때 재심 사유를 알았을 것인데 이때부터 30일이 지났으므로 재심 청구 기한이 지나서 각하한다”고 밝혔다.
재심을 청구해야 할 기간에 법무부가 소송을 내지 않다가 뒤늦게 청구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각하한 것이다.
조선 25대 왕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인 이해승은 한·일 강제 합병 직후인 지난 1910년 10월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고 친일단체에서 활동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7년 그를 반민족 행위자로 지정하면서 같은 해 11월 손자인 이 회장의 땅 192필지(당시 시가 320억여원)를 국가에 귀속시키라고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소송을 냈고, 2010년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재산 환수 대상은 ‘한일합병의 공(功)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규정돼 있었는데, 이해승은 왕족이라는 이유로 작위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재산 환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판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국회는 2011년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하는 법 개정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0월에야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늑장 재심 청구는 결국 재심 제기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1심과 2심의 법률해석 차이가 큰데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했던 판결을 시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재심을 청구했는데, 이 경우 송달일로부터 5년 내에 재심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법무부는 이 회장이 상속 재산 일부를 팔아 얻은 220억원을 반환하기 위해 별도의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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