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중앙지법이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특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요.
넥슨 김정주 대표로부터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 대박을 터뜨린 진 전 검사장.
당초 검찰은 진 전 검사장에게 징역 13년과 추징금 130억 원을 구형했지만, 무죄가 나왔으니 우선은 130억 원도 추징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진 전 검사장은 몇 년만 고생하면 합법적으로 130억 원을 차지할 수 있게 된거죠.
법정에서 '친구가 검사라서 주식을 줬다', '친구간의 호의와 배려였다' 두 사람의 주장은 너무나 달랐지만, 너그럽게도 법원은 '우정'을 주장한 진 전 검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여준 겁니다.
더구나 진경준-김정주 두 사람의 관계를 '지음' 그러니까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고 멋지게 포장까지 해줘서요.
법원이 원래 이렇게 너그러웠을까요?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 실세로 불렸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뇌물수수 사건에서는 지금처럼 이국철 전 SLS회장과의 친분과 선의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차관은 법률안을 심의하는 회의 참석자이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이 있다'며 뇌물죄를 인정해 3년 6개월형을 선고했습니다.
2년 전에는 수사 대상인 기업에서 뒷돈을 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게 해당 업자가 향후 사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돈을 건넨 것이라며 뇌물죄를 인정, 징역 7년을 선고했죠.
뇌물죄에 대한 범위가 제시된 건 1997년입니다.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당시 대법원은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 다시 말해 구체적 대가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권한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금품을 받았다면 포괄적으로 뇌물죄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진경준 전 검사장 판결은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더구나 사상 처음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며 온 국민이 분노했던 사건이기에 여론 또한 부정적일 수밖에 없죠.
때문에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없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며 뒷돈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김영란법이 이번 사건에 적용됐더라면, 적어도 대가성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인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기로 했습니다.
향후 재판에선 좀 더 명확한 증거와 좀 더 넓은 법해석으로 뇌물이 우정으로 뒤바뀌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법 감정과 실제가 다르다면 그건 국민을 대변하는 법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