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무정지',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법무부 '장관 없음'
지도자가 없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위기 상황인 지금, 그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정부 부처'와 '공무원'이겠죠.
먼저 국방부를 볼까요?
이틀 전 울산의 한 부대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병사 28명이 다쳤습니다.
국민이 궁금했던 건 '몇 명이 다쳤는지', '사고 원인은 무엇인지'였는데 군의 답은 엉뚱하다 못해 황당했습니다.
당초 중상자 1명을 포함해 병사 6명이 다쳤다고 했다가, 17명의 병사가 화상과 골절·고막 파열 등으로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부상자 수가 10명으로 늘었다고 했죠.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현장에 폭발물은 없었다고 했지만, 바로 다음 날 현장에 쌓아둔 훈련용 화약이 터졌다고 했습니다.
불과 하룻밤 사이에 말이 바뀐 겁니다.
사고 원인은 은폐하고, 피해는 축소하고, 현장은 물론 병사들의 입까지 막아버린 군.
지난 6일 국방부 해킹 사건 때도 '비밀 자료가 있지만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건 아니다'라며 축소에만 급급했다가 국방부 장관을 포함해 무려 3,200대의 컴퓨터가 해킹된 게 드러났고, 결국 국회에 '거짓 보고'까지 한 게 드러났습니다.
다음 농림부를 볼까요?
지난달 17일부터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사상 최고 속도로 확산 중입니다.
발생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이달 13일을 기준으로 약 982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무조건 살처분하고 농가를 폐쇄하라는 게 정부의 대책 전부입니다.
바로 이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방부, 그리고 국민 먹거리 안전을 책임져야 할 농림축산식품부의 현 상황인거죠.
지난해 스페인은 2차례 선거를 치르고도 정부가 구성되지 못해 10개월 가까이 '무정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졌고, 국내 총생산은 유로존 평균보다 2배나 높았습니다. 비상 상황에서 공무원과 국민들이 더 열심히 일한 덕이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고, 국민이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고 '대한민국'이 멈춘 건 아닙니다.
정부 부처와 공무원들이 가장 열심히, 제대로 일을 해야 할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상사가 없다고 '때는 이때다'하고 노는 부하가 아닌, 더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