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연합뉴스] |
고등학교는 미션 계열의 사학으로 보수적이었다. 전교조 출범으로 시끄러운 시기였지만 모교는 무풍지대였다. 나이 지긋한 사회과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입버릇처럼 했다. "감나무가 일찍 열매를 맺으면 비리비리해진다. 신문같은거 보지 마라." 정치적 조숙을 경계한 말이었다.
내게는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이 있다. 아이가 진학할 학교 분위기를 내가 다녔던 중학교와 고등학교중에서 택일해야 한다면 단연코 후자를 택할 것이다. 내 바로 윗세대인 586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586은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이른바 '의식화' 경험을 한 세대다. 강렬했던 20대 초반의 경험이 그들의 평생을 '지배'하는 듯하다. 한때는 진보적이라고 여겨졌을 586의 세대적 특성은 나이가 든 지금은 맹목적 민족주의, 친북 지향, 집단적 폐쇄주의, 편향된 역사의식으로 한국 사회 갈등 수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젊은 시절에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읽는가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중요하다. 대학 시절의 의식화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보다 어린 중고교생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서울 인헌고에서 이뤄졌다는 교사들의 의식화 발언은 내가 중학교시절 윤리 시간에 들었던 것보다 몇배는 수위가 높다. '정치적 포르노'에 가까워 보인다. 청소년들에게 포르노를 틀어주는 것은 불법 이전에 반사회적 행위다. 포르노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性)자아 형성을 방해하고 범죄 가능성을 높인다. 대부분 청소년은 어쩔수없이 포르노에 노출되는데 아이가 너무 탐닉하지 않도록, 포르노가 현실의 남녀관계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어른과 학교가 해야 할 역할이다. 성교육을 한답시고 수업시간에 포르노를 틀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중고교 시절의 정치·사회·역사 교육은 책임있는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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