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제목인 '기생수' 역시 전혀 다른 뜻인, '기초생활수급자'를 줄인말로 쓰입니다. 공공 임대아파트 브랜드의 앞글자 '휴'와 거지의 '거'자를 합쳐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조롱하기도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돈을 적게 버는 친구의 부모에게는 벌레를 표현하는 '-충'을 붙여서 부르기도 한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죠.
사실 임대아파트가 뭔지, 기초생활수급자가 뭔지 아이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배우고 따라 한 거로 봐야겠죠.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초등학교에 내 아이는 보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엄마 아빠를 보면서 임대아파트에 사는 친구와는 놀지 말아야겠다고, 자녀들이 배우게 되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지, 아예 멀쩡한 아파트의 이름을 바꾸기도 합니다. 임대아파트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이름에서 빼는 거죠. 아이들 세상에서조차 어디서 사는 지로 차별을 받으니, 내 아이가 학교에서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걸 겁니다.
어른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건 그 누구도 부정 못 할 겁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배우고 자라죠. 차별과 혐오가 당연한 세상을 아이들이 배우게 내버려 두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속상하고 비참하잖아요. 어른들의 경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어린 동심까지도 멍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고 뒤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