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종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교수 [사진 = 연합뉴스] |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16일 오전 성명을 내고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 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게 욕설 논란을 빚은 유 원장에게 공식사과와 함께 의료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유 원장 임기는 2월까지이나 그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회는 "유 원장이 이 교수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포함한 언어 폭력을 가한 사실을 알게 되어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그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며, 직장 내 괴롭힘의 전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수회는 또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적정 범위를 넘어 고통을 주는 행동으로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행위"라면서 유 원장에게 전체교수에 사과하고 의료원장에서 즉시 물러날 것, 직장 내 괴롭힘이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교수회는 병원 측에도 "직장내 괴롭힘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위를 이용해 다른 의견을 억압하는 의료원의 풍토를 타파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수회는 "아주대학교 병원의 평판도 상승에는 전체 교직원의 노력과 함께, 아덴만 영웅인 석해균 선장과 귀순 병사 오청성을 치료하고, 외상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크게 기여했다"면서 "의료원의 평판을 송두리째 추락시킨 유희석 의료원장의 행동을 의료원은 묵과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언론을 통해 수년 전 유 원장이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등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녹취록에서 유 원장이 "나랑 한판 붙을래 너"라고 말하자 이 교수는 체념한 듯 "아닙니다"라고 답변했다.
녹취록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직전에 녹취된 걸로 추정됐지만 아주대병원 측은 4~5년 전 녹취라며 국정감사 전후로 불거진 갈등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교수와 병원 측이 오랫동안 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자주 충돌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아주대병원에 문을 연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100개의 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병상이 꽉 차면 본관 병동의 입원실을 배정받아야 응급처치가 끝난 환자를 돌볼 수 있다. 본관 병실 배정이 안되면 환자가 실려와도 수용할수 없는 구조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가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돌린 '바이패스'는 57회에 달한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820시간, 34일이 넘는다.
외상환자를 살리기 위해 골든타임을 고민해야 하는 이 교수는 번번히 병상 배정이 안되는 병원측에 불만을 토로했고, 의료원 운영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병원 측은 이 교수와 자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병원측은 닥터헬기 운행으로 인한 소음민원, 이 교수가 무리하게 제주도 등 원거리에서 외상환자를 헬기로 실어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 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상에서는 '이 교수가 외상센터뿐 아니라 다른 진료과의 진료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과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병원은 환자부터 살리고
한 달여간의 해군 해상훈련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이 교수는 녹취록 파문에 대해 "비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교수는 병상 운영을 배려해줬다는 병원측의 해명에 "그 따위로 거짓말을 하냐"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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