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일각에서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접촉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퍼지자 그간 상대적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던 중국동포들이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제(10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인력게시판 앞에서 만난 중국동포 65살 박 모 씨는 "부천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는 중국동포라고 하자 바로 일이 없다고 해 대림동까지 오게 됐다"며 "신종코로나 때문에 중국동포들을 꺼린다. 아무래도 걱정이 크다 보니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인력사무소 입구에는 '중국에 방문했던 사람이나 중국 교포분은 증상이 없더라도 들어오지 마시고 구인·구직 상담은 전화 주세요'라는 문구의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이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일거리가 20∼30% 정도 줄었는데, 지금은 60∼7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워낙 일거리가 줄어 인력사무실 문을 닫고 휴대전화나 전산으로만 영업하는 업체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오늘(11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외국인노동자는 52만8천63명입니다. 국적별로 구분하면 한국계 중국인(중국동포)은 18만185명(33.5%)으로 가장 많으며, 순수 중국인도 1만6천963명이나 됩니다.
신종코로나 사태 와중에 가사도우미나 대형마트 등 손님과 마주칠 일이 많은 일자리는 특히 중국동포 기피 현상이 심각합니다. 중국인을 불편해하는 고객이 많다 보니 채용을 꺼린다고 합니다.
마포구에서 주로 가사도우미를 알선하는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이후로는 중국동포를 보냈다가 '이 시국에 중국동포를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며 "되도록 한국인을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말했습니다.
중국동포 62살 리 모 씨는 "체감상 일감이 70%는 줄었고 주는 돈도 적어졌다"며 "신종코로나 때문에 장사 자체가 안 되니 식당이나 모텔, 마트에서 나오는 일용직 일자리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식당가는 경기 위축에다 신종코로나까지 겹쳐 중국동포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영등포구에서 추어탕집을 운영하는 58살 서 모 씨는 "평소에는 가게 앞에 주차하기도 힘들었는데 신종코로나 사태로 식당이 텅텅 비어 있다"며 "식당에 들어오면서 종업원이 한국인인지 중국동포인지 묻는 손님도 있어 중국동포는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동포 종업원을 뒀던 한 양꼬치집에서는 신종코로나 사태 이후 손님이 식당을 찾았다가 중국어가 들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식당 업주 49살 김 모 씨는 "어쩔 수 없이 중국동포 종업원을 내보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건설현장에서는 중국인이라고 해도 최근 중국을 다녀오지만 않으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편입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주로 건설
그는 "최근 중국에 다녀오지만 않으면 노동자들을 받고 있다"며 "중국인 노동자에겐 우한 출신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