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작동되지도 않는 기계를 쓰는데 달마다 리스료를 내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2달간 무료로 써보고 결정하라는 말을 믿고, 무려 1천만 원에 달하는 인공지능 당구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가 낭패를 본 당구장 업주 수십 명의 이야기입니다.
윤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당구공을 인식해 길을 알려주고 득점 여부를 표시해주는 AR 당구 프로그램입니다.
한 AR 제작 업체가 당구장 업주들에게 이 프로그램에 대한 리스 계약을 권했는데, 이 과정에서 업주들은 2달을 무료로 사용하고, 언제든지 철수해 주겠다는 확인서를 받았습니다.
60여 명의 업주는 확인서를 믿고 한 달 리스료 22만 5천 원인 1,080만 원짜리 기계를 많게는 10대까지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업주들은 제품 회수를 요구했고,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AR 업체가 연락을 잘 받지 않더니 돌연 지난달 폐업 신고를 해 버린 겁니다.
▶ 인터뷰 : 유재현 / 당구장 대표
- "이렇게는 안 되니까 철거하라고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했는데 병원이다, 지방이다, 바빠서 그렇다 이렇게 하다가…."
무상으로 제품을 회수해 가겠다던 AR 업체의 확인서는 무효가 됐고, 실제 기기대금을 지급했던 캐피탈사와 당구장 업주들 간 리스 계약만 남게 된 상황.
캐피탈사는 AR 업체의 폐업과 리스 계약은 무관하다며 리스료 완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리스 계약 약관상 당구장 업주들은 계약을 해지할 수도 없고, 리스료를 1회라도 연체하면 전액을 갚아야만 합니다.
▶ 인터뷰 : 곽 모 씨 / 당구장 대표
- "내용증명서를 보내고 그 날짜가 지나면 바로 신용불량자로 해서 카드정지가 다 일괄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에요."
소송을 통하지 않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진 상황, 순식간에 사기 피해를 떠안게 된 업주들의 한숨만 커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윤지원입니다. [ jwyuhn@gmail.com ]
영상취재 : 변성중 기자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