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은 상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낮춰 주는 이른바 '착한 건물주'가 서울에도 속속 등장하는 등 상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43살 이 모 씨는 어제(26일) 건물주 A 씨로부터 "요즘 힘드시죠"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최근 매출이 급감해 시름 하던 이 씨에게 A 씨는 "이달 월세 1천200만원 중 200만 원은 보내지 않으셔도 된다"며 월세를 깎아주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실제로 이 씨의 가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데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이달 들어 매출이 40% 이상 급감했다고 합니다. 이 씨는 "배달 주문 수는 이전과 비슷한데, 직접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겨 2층짜리 치킨집이 텅텅 빈다"고 했습니다.
건물주의 호의로 이달에는 월세가 내려가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씨는 "장사가 안돼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임대료라도 덜 낼 수 있게 됐다"며 "남들은 적다고 얘기할지 몰라도 2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건물주 역시 서울에서 장사하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 같다"며 "본인도 힘들 텐데 이렇게 배려해줘서 크게 감동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건물주 A 씨는 "언론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고사했습니다.
송파구에서도 임대료 인하 운동에 동참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정동의 건물주 51살 B 씨는 앞으로 3개월간 자신의 건물 2채에 입점한 10개 점포의 월 임대료 30%(약 2천만 원)를 인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B 씨는 오늘(27일) "예전엔 이 동네에 장사가 잘됐는데, 점점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입자들이 임대료를 겨우 맞춰나가다 코로나19 사태로 완전히 직격탄을 맞았다"며 "세입자들이 있어야 건물주도 있는 것 아니냐.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 나가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풍납동의 건물주 61살 C 씨는 1개 점포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월 임대료 12%(20만 원)를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C 씨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영이 어려워져 임대료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세입자가 요청하기에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가락동의 건물주 72살 D 씨 역시 건물에 입점한 3개 점포의 경영 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월 임대료 100만 원을 장기간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D 씨는 지난 25년간 입점 소상공인들의 임차 보증금을 동결하고, 평소에도 경영 상태가 어려운 점포에 월 임대료를 인하해왔습니다.
D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로는 세입자들에게 형편이 되는 대로 임대료를 달라고 했다"며 "상황이 너무 어려워 임대료를 못 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D 씨의 건물에서 영업하는 떡집 사장은 "이런 시국에도 주변에서는 임대료를 다 올려 자영업자들이 못 견디고 이사하는 상황"이라며 "나도 3∼4개월 치 임대료를 밀려 다른 건물 같았으면 진작에 쫓겨났을 텐데, 건물주분이 '내가 도와줄 테니 돈 벌라'고 하셔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박성수 송파구청장도 이들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
앞서 남대문시장 상가의 건물주들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고자 상인 2천여명을 위해 앞으로 3개월간 임대료 20% 인하를 자발적으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