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2월에 시산제(始山祭, 산악인들이 연초에 지내는 산신제)를 지내려고 막걸리와 물을 사 가는 사람이 많았어요. 올해는 전부 취소돼 거의 안 팔려요."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인근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70살 정 모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매출이 뚝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날씨도 제법 포근해졌지만, 감염 우려로 산악회들이 단체산행을 줄줄이 취소하는 등 산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어제(27일) 오후 찾은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 입구는 예년과 달리 썰렁했습니다.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성분소 관계자는 "2월은 등산객들이 한 해 동안 무탈하게 등산하기를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는 시기라 붐비기 마련인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30% 이상 등산객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따금 보이는 등산객들은 전부 마스크 차림이었습니다.
부인과 함께 산을 찾은 60대 등산객 정 모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등산을 와서 낯선 사람을 만나기가 무섭다"며 "내려올 때까지 마스크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줄자 이 일대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등산로 입구 주변 식당은 하산 후 뒤풀이 장소를 찾는 산악회원 등 등산객들이 고객 대부분입니다.
인근 한식당 종업원 50살 김 모 씨는 "2월 말이면 날씨가 풀려 등산객이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 직원 몇 명은 당분간 출근을 안 하고 있다"며 "그나마 손님이 많은 주말에만 문을 열거나 아예 임시 휴업한 식당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등산 동호회들은 단체로 움직이는 산행의 감염 위험성을 고려해 예정된 주말 산행 등을 잇따라 취소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며 참가비 환불을 요청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10여년간 인터넷에서 등산 동호회를 운영한 54살 한 모 씨는 "회원들로부터 회비 환불 요청이 많이 들어와 이번 주말에 덕유산, 태백산 등으
다른 등산 동호회 운영자 61살 A 씨도 "이번 주말 산행을 모두 취소했고, 사태가 계속된다면 3월에 계획된 산행도 줄줄이 취소될 것 같다"면서 "참가율도 저조해졌고, 감염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