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에서 비교적 소수인 남성 무용수(발레리노)들은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오늘(18일) 학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원대 무용학과 이순재의 석사 논문 '국립발레단 남성 무용수의 은퇴 후 환경과 진로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과 재사회화 연구'에는 발레리노의 불안한 삶이 그대로 적시돼 있습니다.
저자는 국립발레단 전·현직 단원 1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은퇴자 10명의 평균 은퇴 나이는 36.4살, 은퇴 당시 평균 발레단 경력은 11.4년이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국립발레단 입단은 치열합니다. 매년 직업무용단의 신규채용 단원은 전국 20여개 시립무용단을 포함해도 100명 미만입니다. 해마다 2천여명의 무용 전공 졸업생이 쏟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입단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무용계의 '삼성'이랄 수 있는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상위 5% 안에는 들어야 합니다. 설사 '5% 관문'을 뚫는다고 해도 고생이 끝난 건 아닙니다. 만만치 않은 '회사 생활'이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국립발레단 출신 은퇴자 A 씨는 "공연 캐스팅이 안 나오고 발레단 내에서 직장 내 갑질, 무관심, 공격대상이 될 때가 많았다"며 "나 이외에 그런 이유로 은퇴하는 무용수들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잦은 부상도 조기 은퇴의 원인입니다.
B 씨는 "리허설 중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에 종아리 근육 파열 등 크고 작은 부상이 정말 많았다"며 "발레단 생활 3분의 1은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 체력 저하, 공연 활동의 한계, 발레에 대한 회의, 입대 등의 이유로 국립발레단 발레리노들은 대개 40대 이전 은퇴합니다.
조기 은퇴자라면 자금이라도 넉넉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대기업에 견줘 낮은 처우 탓입니다.
18년째 근무 중인 C 씨는 "초봉 150만 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300만 원 정도 월급을 받고, 공연수당은 5만 원으로 시작했으며 지금은 회당 20만 원 정도를 받는다. 보너스까지 합치면 연봉 4천만 원 수준"이라며 "일반 직장인의 임금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 평균연봉은 국립발레단이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공시된 자료를 토대로 인건비를 인원으로 나눠 계산해보면 2018년 기준 평균 연봉은 3천10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2018년 근로소득자 평균 연봉(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준) 3천650만 원을 밑도는 수준인 셈입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 수준 탓에 국립발레단원들은 특강형식으로 사설학원 강의를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세금을 받는 국립발레단원으로서 적절
저자는 국립발레단원들이 은퇴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들이 은퇴 후 삶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국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